美 공급망 재편·자국 중심성 강화에 韓 기업들 기대-우려 교차

입력 2023-09-26 05:55   수정 2023-09-26 06:39

美 공급망 재편·자국 중심성 강화에 韓 기업들 기대-우려 교차
무역협회 방미단 간담회…美반도체 제조역량 확대는 韓인력에 기회"
"美, 생산 자국화·일자리 창출에 일념…엄중한 현실에 대비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한미가 '원팀'이 되어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과 한국 제조기업이 함께 가야 한다. 미국이 자국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대한다면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많이 진출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반도체 장비 기업 엑시콘 최명배 회장)
"중국 기업을 대체하며 미국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 한국 기업인데,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으며 미국 진출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 기업의 미국 사회 기여에 대한 미국 내부의 평가는 인색한 것 같다."(포스코 김경한 무역통상 실장)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무역협회(회장 구자열) 워싱턴지부 사무실에서 열린 무역협회 대미 경제협력 사절단의 특파원단 간담회에서는 미국 시장을 바라보는 한국 기업인들의 다양한 시선이 교차했다.
먼저 최근 밀월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미관계와,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미국의 우방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한국 기업들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출됐다.
복수의 참석자들이 대미 투자 확대 상황과,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 경향을 소개했다.
그러나 직전 트럼프 행정부때부터 도드라지고 있는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 경향은 동맹국인 한국 기업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나 잠재적 리스크를 안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포스코의 김경한 무역통상실장은 "미국은 여야 구별할 것 없이 자국 산업(생산 라인)을 어떻게 다시 로컬화(자국으로 회귀시킴)할 것이냐, 일자리를 얼마만큼 늘릴 것이냐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한국으로선 엄중한 현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아제강 이휘령 부회장은 미국 철강업계가 '그린 스틸'(Green Steel·친환경적인 철강 생산)'을 강조하면서 친환경 공정이 아닌 전통적 공정 하에 생산된 외국 제품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와 업계가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엑시콘 최명배 회장은 과거 일본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점유했던 시절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일본에는 타격, 한국에는 기회가 됐지만 미래엔 한국이 정반대의 입장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이 포지셔닝(위치 선정)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한국 반도체 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는 측면이 있지만 어느 순간 미국이 정책을 전환해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이 싼 중국산으로 대체하자'는 식으로 나올 경우 한국 기업들이 곤경에 빠질 수 있다고 최 회장은 지적했다.
구자열 회장이 이끄는 무역협회 대미경제협력사절단은 윌슨센터 등 싱크탱크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미국 의원 등과의 교류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한국과의 파트너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에 대한 지지 호소를 위해 방미했다.
'한국과의 파트너 법안'은 미국 정부가 전문 교육·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게 연간 최대 1만5천개의 전문직 취업비자를 발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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