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12월 대선 계획…'현대판 파라오' 엘시시 집권 연장될 듯

입력 2023-09-26 10:56  

이집트 12월 대선 계획…'현대판 파라오' 엘시시 집권 연장될 듯
친정부 정당들 '군불 지피기'…2019년 헌법개정으로 장기집권 길 열어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집트의 대통령 선거 일정이 잡히면서 철권통치자 압델 파타 엘시시(68) 대통령에게 시선이 쏠린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선거관리 당국은 오는 12월 10∼12일 대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대선 개표 결과는 12월 18일 발표되며 결선 투표가 치러질 경우 최종 대선 결과는 내년 1월 16일까지 나올 예정이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에 따르면 지금까지 파릿 자흐란 사회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 7명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엘시시 대통령은 세 번째 대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정부 정당들이 그를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알아흐람도 여러 정당이 엘시시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엘시시 대통령이 대선에 또 나올 경우 물가 급등, 외화 부족 등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당선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이집트에서는 주요 곡물 수출국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휩싸인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았다.
통계당국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연간 물가 상승률이 39.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집트 국민의 커진 생활고가 엘시시 정권을 위협하진 못한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2011년 중동,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운동인 이른바 '아랍의 봄'이 있었지만 이집트에서는 아직 민주화가 요원한 셈이다.

엘시시 대통령은 '21세기판 파라오'를 연상시키는 철권통치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엘시시 대통령은 국방장관이던 2013년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민선 정부를 전복한 뒤 2014년 5월 선거에서 97%(투표율 4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집권 후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했으며 반정부 인사들을 대규모로 투옥하는 등 야권을 탄압하고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엘시시 대통령은 2018년 치러진 대선에서 97%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사미 아난 전 육군참모총장이 체포되는 등 잠재적인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엘시시 대통령의 압승은 사실상 예상된 결과였다.
엘시시 대통령은 장기 집권 토대도 차근차근 마련했다.
2019년 4월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완화한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엘시시 대통령이 2030년까지 집권할 길이 열렸다.
당시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가 4년에서 6년으로 늘어나고 대통령 연임은 2차례까지 허용됐다.
2020년에는 전·현직 군인들이 장성들로 구성된 군최고위원회 승인 없이 대선이나 국회의원·지방의원 선거에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마련돼 군인 출신 정치인이 엘시시 대통령에게 맞서는 상황이 사실상 차단됐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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