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0GW서 10배로 증가…반도체 제조·전기차 보급 영향
발전소 확충, 신재생 확대 따른 계통안정 보장 '이중 과제'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발전과 전기차 보급 확대 등 일상 속 전기 사용 증대 추세가 맞물리면서 우리나라의 전기 사용량이 장기적으로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전력거래소의 내부 장기 전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수요 기준 최대전력은 2039년 150기가와트(GW)를 거쳐 2051년 202GW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시장 내 수요(시장 수요)와 함께 태양광 발전이 대부분인 한전 직접구매계약(PPA), 소규모 자가용 태양광발전 등 전력시장 밖 수요까지 모두 합친 총수요 기준 최대전력은 지난 8월 7일 100.8GW로 사상 처음으로 100GW를 돌파했다.
여기서 다시 향후 16년 안에 최대전력이 올해보다 50%, 2051년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력거래소는 2036년까지의 전망은 현재 수립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바탕으로 했고, 2037년부터는 2051년까지의 전망은 10차 전기본의 연평균 최대전력 수요 증가율이 유지될 것을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1987년 당시 우리나라의 최대전력은 10GW에 불과했다. 2007년 7월 최대전력은 약 58GW로 다섯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다시 16년 만인 올해 또 두배 수준인 100GW로 증가했다.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시설 투자 확대, 데이터센터 증가, 전기차 침투율 향상 등 일상 속 전동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전기 수요 증가 기울기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당장 2050년 무렵엔 새로 건설되는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에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만 해도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절대적으로 전력 공급을 늘려야 하는 것과 더불어 날씨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 확충 등 계통 안정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높지 않았다. 전력 당국이 사전 계획에 따라 운영할 수 있는 원자력, 화력, 수력 발전의 조합을 필요에 따라 바꿔가면서 변동하는 전력 수요에 맞추면 됐다.
하지만 최근 수년 새 최대전력 총수요와 당국이 관리하는 시장 수요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의 약 3분의 2는 전력시장 밖에서 한전 PPA나 자가용으로 소비된다.
2015년 0.7GW에 불과했던 총수요와 시장 수요 간 차이는 지난여름 전기 수요가 가장 많았던 8월 7일 7.2GW까지 벌어졌다.
이는 당시 원전 7기를 동원해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전력을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가 전력시장 밖에서 만들어 쓰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계속 높여가는 것은 정해진 길이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203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3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날씨 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 변동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전원의 비중이 높아지면 전력 계통 안정을 유지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
최근과 같은 전력 공급 구조 속에서 만약 날씨가 갑자기 나빠져 태양광 출력이 줄어들면 순식간에 대규모 전력 공급을 보충해야만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SS 같은 수급 조절을 위한 완충 장치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아직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정성에 관한 우려도 큰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가 100GW 시대에 돌입했고 2050년께 또 두 배로 늘어 200GW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각각의 장단점을 가진 에너지원을 골고루 잘 활용하는 합리적 에너지 믹스의 중요성이 커졌고, 전력 계통을 더욱 튼튼히 하는 대책 마련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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