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주택공급 확대 체감 제한적일 것…실행속도 내야"

입력 2023-09-26 15:00  

전문가들 "주택공급 확대 체감 제한적일 것…실행속도 내야"
"5만5천호 추가공급, 단기 효과 기대…민간참여 지원, 중장기적 효과"
"민간 공사비 증액 기준 마련 대책, 전반적인 공사비 상승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정부가 26일 5만5천호 수준의 주택 공급 물량을 추가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준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수요자가 즉각적으로 공급 확대를 체감하기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날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고 공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규제 정상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보증 확대 등을 통해 민간 공급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공급이 위축되면서 향후 수급 불균형 우려가 불거진 만큼 정부가 나서서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공공의 물량 확대는 단기적인 방안에 불과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참여가 활성화돼야 실질적으로 공급량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시장 청약 양극화와 물가 상승, PF 대출 냉각에 따른 주택공급 위축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공급 의지 표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주택 등 부동산 공급시장의 공급 비탄력성을 고려하면 연내 즉각적으로 수요자가 주택 공급 확대를 체감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대책 중 단기 효과를 낼 수 있는 공급 내용은 3기 신도시에서의 추가 물량 확보와 공공사업 절차 단축, 민간 대상 금융 지원 정책으로 보인다"며 "규제 정상화나 정비사업 절차 개선 등 제도 변경이 필요한 부분은 국회 논의가 필요해 다소 긴 호흡에서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책에 대해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민간 공급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정책과 관련해 "1년 한시 규제 완화인 데다, 최초가격 이하로만 전매를 허용하고 있어 사업자 간 이면계약이나 벌떼입찰 우려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에 대해 건설자금을 기금에서 1년간 한시 지원하는 대책을 두고는 "다세대나 오피스텔은 최근 분양수요 급감, 임대수익 대비 고분양가 문제, 전세사기 이슈로 거래량이나 수요가 낮은 상황이라 지방보다 일부 도심 지역 위주로만 정책 효과가 발현될 것"이라고 봤다.
표준계약서를 활용해 민간 사업 공사비 증액 기준을 마련하는 안은 공사비 상승을 유발해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윤 리서치팀장은 "공사비 증액 기준을 위한 표준계약서 도입과 일정 수준 공사비 상승에 따른 재협상 여력 확대는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핵심 대책 중 하나"라면서도 "민간 공사비 유연성을 늘리면 신축 분양가 상승이 확산하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분양가 인상 수준이 통제된 분양가 상한제 적용 공공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사업장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PF 대출 보증을 확대하는 등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은 현시점에서 필요하지만,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PF 대출 보증 확대와 심사기준 완화 등은 단순히 시기적으로 주택 시장이 꺾여 문제가 된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며 "부실 사업장까지 무차별하게 지원하면 향후 부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리서치팀장도 "PF 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만큼 금융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속도감 있는 대책 추진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에서 공급 계획이 실효성 있게 작용하려면 공급 신호가 믿음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부지 선정, 재원 확보 등 구체적인 후속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리서치팀장은 "정부 공급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공공 물량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민간 참여를 지원하는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는 속도감 있는 실행력 담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수요자들이 공급 축소 인식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면 연휴 이후 4분기부터 거래량, 청약경쟁률, 가격지표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hi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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