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T 산하 6곳 올해 조사 계획 없어…생기원 한 번도 안 해
이인영 "실태조사 기관평가 반영해 스스로 조치하게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2020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평가센터 계약직 연구원 A씨는 책임연구원 B씨로부터 여러 차례 걸쳐 폭언에 시달렸고 사적 업무지시와 폭행에도 노출됐다.
이를 견디다 못한 A씨가 생명연에 상담을 신청하고 B씨와 격리를 요청했는데, 이를 전해 들은 B씨가 A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도 세 명 중 한명이 갑질 고충을 겪는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내 갑질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출연연은 여전히 실태조사에 미온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산하 25개 출연연의 갑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실태 조사를 마친 기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6곳에 불과하다.
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6곳은 아예 올해 조사계획이 없다.
출연연은 2019년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2020년부터 자발적으로 갑질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조사를 마친 출연연 중 결과 정리까지 마친 나온 생명연, 화학연, 전기연 등 3곳의 갑질 실태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조사에 응한 366명 중 31%인 115명이 갑질 등 고충을 경험해본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 행태로는 인격 비하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거나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 연구성과를 편취하는 경우, 직장 내 따돌림이나 욕설 등 다양했다.
지난해 9개 출연연에서 이뤄진 실태조사에서도 20% 넘는 응답자가 갑질 경험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출연연 내부의 갑질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절반인 50%가 갑질을 겪었다고 답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기술연과 항우연도 각각 28.8%, 25%의 직원이 갑질 경험을 토로했지만 이들 기관은 올해 실태 조사를 할 계획이 없는 실정이다.
출연연들의 실태조사는 처음 이뤄진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예정 사례를 포함해 61건 정도밖에 되지 않고, 특히 생산기술연구원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갑질 실태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이인영 의원은 "상당수의 출연연 직원이 폭언과 비인격적 대우, 부당한 업무지시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남의 일처럼 바라보며 실태 조사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출연연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출연연들은 연구소 내 벌어지는 갑질 행위에 책임 있는 자세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NST는 갑질 등 고충과 관련해 실태 조사 내용을 기관 평가 결과에 반영해 출연연들이 스스로 실태를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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