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참석
2006∼2015년 대통령 재임…부채 위기 때 베를루스코니 사임 설득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조 나폴리타노 전 이탈리아 대통령의 장례식이 26일(현지시간) 로마의 하원 건물 몬테치토리오 궁전에서 국장으로 거행됐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날 장례식은 종교가 없는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의 생전 뜻에 따라 국가원수에 대한 장례식으로는 최초로 비종교적인 국장으로 치러졌다.
몬테치토리오 궁전에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 국내외 주요 정치인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최소 8명의 전직 이탈리아 총리도 장례식에 참석했다.
나폴리타노의 미망인인 88세의 클리오 마리오 여사는 남편의 관 앞에서 휠체어를 타고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8년 반 동안 국가수반을 지낸 나폴리타노는 지난 22일 입원해 있던 로마의 한 병원에서 9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냐치오 라 루사 상원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항상 자신의 정치적 과거와 뿌리, 자신이 신봉하는 가치를 자랑스럽게 지켜왔다"며 "그는 문화가 정치로, 정치 문화가 제도로 변모하는 모범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원수로서 그는 우리 헌법의 기초가 되는 가치를 구현하며 국가를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로렌초 폰타나 하원의장은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을 "공화국 역사상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나폴리타노는 2차 대전 당시 나치와 파시스트에 맞선 저항 운동에 가담한 뒤 종전 후에는 이탈리아 공산당에 가입해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공산당이 해체된 뒤로는 중도좌파 민주당 진영 소속으로 정치 활동을 지속했다.
2006년 81세 나이에 이탈리아 대통령에 당선된 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2015년까지 8년 반 동안 대통령을 지냈다.
그는 합리적이고, 냉철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정파를 떠나 폭넓은 지지와 국민적인 존경을 받아왔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탈리아에선 총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대통령은 의례적, 상징적 국가원수 역할만 하지만 정국 위기 때는 총리 후보자 지명, 의회 해산, 신임 내각 승인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은 2011년 국가 부채 위기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임하도록 설득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국가를 재정적 파탄에서 구해내 국제사회로부터 "벼랑 끝에 놓인 이탈리아를 구한 공산주의자"라는 찬사를 들었다.
하지만 우파 진영에서는 그가 유럽 당국과 결탁해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끌어내렸다고 비난했다.
지난 6월 별세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오른팔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잔니 레타는 "두 사람이 천국에서 만나 지상에서 하지 못한 말을 나누며 모든 것을 정리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인은 영국 시인 존 키츠와 퍼시 비시 셸리, 유럽 공산주의의 창시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잠든 로마의 작은 비(非)가톨릭 공동묘지에 안장된다.
그는 종교는 없었지만 로마 가톨릭교회 내에서 널리 인정받았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4일 이탈리아 상원에 마련된 빈소를 직접 조문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교황은 조의록에 "국가의 종인 위대한 인물에 대한 생각과 감사의 제스처"라고 적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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