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문 하루 전날 UAW 파업 시위 현장서 화끈한 '親노조 행보'
"원하는 급여인상 받을 자격 있다"…노동자 어깨 감싸며 연대 표시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당신들은 원하는 만큼의 상당한 급여 인상과, 그외 다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버텨라."
26일(현지시간) 오후 1시를 넘긴 시각, 미국 내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 벨트(rust belt)' 일원인 미시간주의 웨인카운티 소재 제너럴모터스(GM) 서비스 부품 공장 앞의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 현장.
확성기를 타고 나온 이들 발언은 다른 시민·사회 단체 지도자가 행하는 노조와의 연대 발언처럼 들리지만 놀랍게도 현직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UAW가 포드·GM·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빅3)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파업과 관련된 시위 현장에서 'UAW'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착용한 채 메가폰을 들었다.
노동쟁의 때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고 파업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대열을 뜻하는 '피켓라인'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동참한 것이다.
그는 "빅3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하고 있고, 당신들 역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여러분들은 원하는 만큼의 상당한 급여 인상과 다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외쳤다. 이 순간 만큼은 자신이 확실한 노동자편임을 입증하려는 듯했다.
이에 파업 노동자들은 "땡큐"를 연발하며 환호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파업 현장 지지 방문은 이미 나흘 전 본인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한 일정이지만 이날 행보는 지지 수준을 넘어 파업과 관련한 시위에 일시 동참한 모양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AP와 AFP통신 등 현장에서 취재한 매체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포기하지 말고 버텨라(stick with it)"라고 했고,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40% 급여인상'에 대해 질문 받았을 때 "예스(yes·예)"라고 답했다.
자신의 발언이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은 숀 페인 UAW 위원장의 발언을 팔짱을 낀 채 경청했고, 도중에 옆에 있던 여성 노동자의 어깨에 손을 얹어 감싸며 '연대'의 의지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현장을 떠나기 전 피켓라인을 따라 걸으며 파업 노동자들과 주먹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디트로이트 공항에서부터 대통령 전용 리무진에 동승한 채 현장에 온 페인 위원장은 "대통령님, 이 세대의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와 함께 하기 위해 와 주어 감사드린다"며 사의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화끈한 '친노조' 행보는 하루 뒤인 27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현지 방문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내년 대선을 13개월가량 앞두고 실시된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오차범위 밖으로 확연히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듯한 모습이었다.
선거 때마다 여야 표심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경합주'(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인 미시간주는 내년 대선의 승부처 중 한 곳이기도 하다.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이 50.62%의 득표율로 47.84%를 얻은 트럼프에 앞서며 주에 걸려 있던 16명의 선거인단을 가져갔다.
다수의 미국 언론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노조 피켓라인 동참은 역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전례 유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현대'에 들어선 이래 첫 사례라고 밝혔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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