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프랑스가 파리올림픽을 1년 앞두고 도시 정비에 나서면서 노숙자들이 갈 곳을 잃을 처지가 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 수개월간 수도 파리 내 노숙자들을 다른 도시로 이송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매주 노숙인 50∼150명이 파리를 떠나 프랑스 10개 지역으로 이송되고 있다고 한다.
4월 이후 노숙인 총 1천800명이 파리 외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프랑스 정부는 집계했다. 이들 대부분은 이주민 출신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 7∼8월 개최되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내린 조치라고 현지 비정부기구(NGO)와 일부 당국자들은 말했다.
노숙인 임시 거처로 배정된 호텔 방도 줄었다.
프랑스 호텔들은 그동안 정부와 계약을 맺고 노숙인들에게 밤마다 객실을 제공해왔는데, 호텔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당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역에서는 노숙인 약 5만 명이 호텔 임시 숙소를 이용했으나 올해 들어 객실 최소 5천 곳이 사용 불가능해졌다고 CNN은 전했다.
이렇게 몰려난 노숙인에 대한 후속 대처 방안이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노숙인들이 각 지역 임시대피소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제한된 데다 이들이 타지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일부 지역 임시대피소에는 최대 3주 동안만 머물 수 있고, 모든 노숙인이 주택이나 일자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어서 평균 25∼30%는 결국 길거리에 다시 나앉게 된다고 난민 지원 단체인 '유토피아 56'는 지적했다.
프랑스 리옹 부시장 산드린 루넬은 "올림픽은 아무 생각 없이, 각 도시의 (노숙인) 수용 능력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구실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노숙인 압둘라티프(29)는 "파리를 떠나야 한다고 들었지만 그러기 싫다"면서 "난 이제야 (파리에서) 전기기술자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노숙인 이송이 파리올림픽 때문만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지난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노숙인을 위한 숙소 비용으로 매년 20억 유로(약 2조8천억원)를 지출하고 있다면서도 "(프랑스가) 세상의 모든 불행을 끌어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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