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수익 감소에 장르 다변화·MMORPG 라인업 고도화 '두 트랙'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잘 알려진 국내 대형 게임사 엔씨소프트[036570]는 그간 '무거운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었다.
실사풍을 지향한 진지한 아트 스타일, PvP(플레이어 간 전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쟁 중심의 생태계, 확률형 아이템에 많은 금액을 쓰게 하는 BM(수익모델)이 엔씨소프트 게임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였다.
그런 엔씨소프트가 오랜만에 밝고 가벼운 분위기의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를 내놨다.
퍼즐 게임의 스테디셀러인 매치3(Match-3·똑같은 무늬 3개를 맞추는 게임) 시스템을 채택한 '퍼즈업'은 주력인 MMORPG가 한계에 부딪히며 장르 다변화를 고민하는 엔씨소프트의 고민이 드러난 사례다.
◇ 상하좌우 방향 바꾸는 전략성 돋보여…'페이투윈'도 지양
'퍼즈업'은 엔씨소프트의 차기작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에 등장하는 봉제 인형 정령 캐릭터 '아미토이'를 소재로 한 퍼즐 게임이다.
퍼즈업은 영국 게임사 '킹'의 '캔디 크러쉬'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매치3 퍼즐 게임의 요소를 상당히 많이 가져왔다. '캔디 크러쉬' 시리즈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퍼즈업'은 여기에 시시각각으로 블록이 떨어지는 방향을 상하좌우 4방향으로 바꾸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의 매치3 퍼즐 게임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른바 '페이투윈'(Pay to Win·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도 배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퍼즈업'에는 유료 화폐로 게임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모든 턴을 다 소비하면 추가 턴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스테이지는 돈을 쓰지 않고도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클리어할 수 있게 설계돼있어 도전의 재미를 살렸다.
여러 등급이 있는 캐릭터인 '아미토이' 역시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처럼 뽑기로 뽑아야 하나 싶었지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는 별을 모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밖에 일종의 배틀패스 상품인 '퍼즈업 패스'를 구매하면 플레이에 따른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 좋은 선택이 될 전망이다.
◇ 강점인 MMO 집중 속 전략·액션 등 라인업 다변화 눈길
모바일 '리니지' 3부작으로 큰 수익을 낸 엔씨소프트는 올해 들어 기존 작품의 수익성 악화로 전년 대비 분기 매출과 영업익 모두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며 야외활동이 늘고, 모바일 '리니지'의 시스템과 BM을 모방한 경쟁작 MMORPG가 올해 초부터 쏟아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라고 불리는 천편일률적인 MMORPG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층이 늘어난 것도 한몫한다.
이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26일 출시된 '퍼즈업'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이후까지 기존에 거의 시도하지 않던 새로운 장르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테스트를 거쳐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배틀크러쉬'는 PC와 모바일,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액션 게임이다.
또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블레이드&소울 S'(BSS), 북미와 유럽권에서 인기가 높은 전략 게임 '프로젝트 G', 3인칭 슈팅 게임 'LLL' 등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게임 일부는 11월 열리는 지스타(G-STAR) 행사를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엔씨소프트가 MMORPG를 놓은 것은 아니다.
당장 '퍼즈업'과 같은 캐릭터를 공유하는 TL이 오는 12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고, '아이온2'와 '프로젝트 스카이라인'도 개발 중이다.
다만 이들 게임은 모바일에 집중했던 전작과 달리 PC와 콘솔을 핵심 플랫폼으로 삼고, 과도한 BM보다는 작품성과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을 강조하려는 기류가 읽힌다.
특히 최근 채용공고를 통해 존재가 알려진 '프로젝트 스카이라인'의 경우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퍼즈업'은 장르 특성상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리니지류 MMORPG에 관심이 없던 새로운 이용자층을 끌어당기는 나름의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