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마약 사망자 비율 1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시범 운영…영 정부는 반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스코틀랜드에 전문가 관리하에 마약을 이용하는 시설이 승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시 당국은 27일(현지시간) 헤로인과 코카인 등 불법 약물을 주입하는 시설을 시범 설치하도록 승인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인 글래스고 한 보건소에 만들어지는 이 시설에서는 위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생적 환경에서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
'안전약물이용실' 혹은 '약물 과다 복용 예방 센터'는 이미 16개국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영국에선 처음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가 전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마약 관련 사망자 증가에 대응해 이 시설에 연 최대 230만파운드(38억원)를 지원한다.
글래스고시 관계자는 현재 공중보건 비상사태라고 규정하고, 이 시설이 이용자들에게 치료와 회복 기회를 주고 약물 관련 피해를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스코틀랜드는 인구 당 마약 사용에 따른 사망자 비율이 유럽 전체에서 가장 높고, 선진국 중에선 미국 다음이다.
스코틀랜드 마약 사망자는 2020년 1천339명으로 정점을 찍고 2022년 1천51명으로 줄었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증가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가 전했다.
글래스고 칼레도니안 대학의 앤드루 맥컬리는 2000년대 후반 벤조다이아제핀 처방이 감소하면서 사망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더 위험한 길거리 약물이 가내 공장에서 제조돼서 헤로인 등과 함께 복용됐다는 것이다.
국민보건서비스(NHS)와 글래스고 시의회 관계자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설의 목표는 도심 공공장소에서 약 400∼500명이 정기적으로 약물을 주입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시설 설치 관련 논의는 2016년 시작됐으나, 이달 초 검찰에서 시설 이용자들을 불법 약물 소지로 기소하는 것이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후에 본격 추진됐다.
영국 정부는 불법 약물을 안전하게 이용할 방법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지만, 스코틀랜드의 계획에 개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시설이 약물 이용을 늘리지는 않으며, 이용자들이 다른 치료법에 참여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영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약물과 알코올 정책 담당 엘레나 위선 부장관은 지난주 의회에서 "마약과의 전쟁은 끝났다. 승자는 없고 주요 사상자는 조직 범죄자가 아니라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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