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평가 때 '감점 상쇄용' 품질우수통지서, 전관 추정 업체들에 발급 집중
LH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 발급" 부인…"전관 카르텔 불합리 관행 해소 노력"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이상서 기자 이다빈 인턴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1년 전·현직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거센 비난을 받자 투기 방지 대책과 함께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할 혁신 방안을 내놨다.
취업제한 대상자를 상임이사 이상에서 2급 이상 직원으로 확대하고, 퇴직자가 취·창업한 기업과 퇴직일 기준 5년간 수의계약을 하지 못하게 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심사위원회의 변화였다. LH의 설계 공모, 공사입찰 등에서 업체 선정을 위해 꾸리는 각종 심사위원회에 LH 직원이 맡는 내부 위원을 배제하도록 했다. 심사위원회 정수도 5∼10인에서 15인으로 대폭 확대했다.
"2021년부터는 전관들의 힘이 빠졌다고 봐야죠. 영향력이라고 할 게 뭐 거의 없죠." (LH 부장 출신 설계업체 사장)
"이제 전관 특혜라는 것은 없다. 내가 파악하기로는 그런 것(특혜)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LH 출신보다는 비 LH 출신, 즉 기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LH 처장 출신 인사)
이처럼 근절 대책 이후 두 해가 지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전관들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관들이 소위 'LH 격려장'으로 불리는 '품질우수통지서' 발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LH는 업체의 공사 현장점검 결과, 민원발생 대처 정도, 안전·하도급 관리 수준 등을 평가해 우수업체에는 우수통지서를, 미흡한 곳에는 '경고장'으로 여겨지는 '품질미흡통지서'를 각각 발급하고 있다.
입찰공고일을 기준으로 최근 1년간 미흡통지서를 받은 업체는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평가 때 신용도 항목(2점)에서 1건당 0.3점의 감점을 받는다. 미흡통지서가 많을 경우 최대 0.9 점까지 감점받는데 이를 만회할 유일한 방법은 우수통지서 발급에 따른 가점이다.
우수통지서를 받은 업체는 1건당 0.3점의 가점이 주어지는데, 이는 감점을 상쇄하는 용도로만 활용된다. 미흡통지서가 있더라도 우수통지서를 발급받으면 감점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평가 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취재팀은 박정하 국민의 힘 의원실을 통해 2020년 1월∼2023년 9월 25일 약 3년 9개월간 LH가 설계·감리 업체에 준 품질우수·미흡통지서 발급 현황을 확보했다.
이 자료와 함께 한 건축 설계업체인 A사가 올 8월 자체 인적 네트워킹 등을 활용해 조사·작성한 설계·감리업계 LH전관 업체 현황을 비교 분석했다.
우수통지서는 설계업체 1곳에 1건, 감리업체 7곳에 9건 등 총 8개 업체에 10건이 발급됐는데, 우수통지서를 받은 업체 모두 A사 전관 업체 현황에 이름을 올린 곳이었다.
우수통지서 발급에 LH 고위직 출신 전관들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우수통지서 2개를 받은 한 업체의 경우 전관이 6명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흡통지서는 감리업체 27곳이 총 52건을 받았다. 이중 전관 업체로 A사 조사 현황에 이름을 올린 업체는 16곳(59.2%), 그렇지 않은 업체는 11곳(40.7%)이었다.
설계업체의 경우 21곳이 25건의 미흡통지서를 받았다. 이중 전관 업체로 여겨지는 곳은 5개(23.8%)였다.
미흡통지서 경우 전관이 발급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LH는 우수통지서 발급이 전관 추정 업체에 쏠린 것과 관련해 입장을 보내왔다.
LH는 "품질우수 및 미흡통지서는 내부 지침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 발급하는 것이며, LH에 참여 중인 설계, 감리업체에 퇴직직원이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우수, 미흡 통지를 받게 되는 업체 또한 대부분 퇴직직원이 재직한 업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는 전관 업체 최대 감점 부여 등 새 평가 기준을 마련한 만큼 전관 카르텔의 불합리한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취재팀은 우수통지서를 발급받은 업체 전관들을 비롯해 LH 고위직 출신 전관 여러 명에게도 전관예우 등에 관한 입장을 물어보고자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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