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당국 "피해자 지위 인정 안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어린이와 20대 청년들로 이뤄진 환경운동가들이 유럽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럽 각국 정부를 상대로 유럽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은 포르투갈 출신의 11∼24세 어린이와 청년 환경운동가 6명이 32개 유럽 국가 정부들을 유럽인권재판소 법정에 세웠다고 보도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이날 법정에서 각국 정부가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에 충분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따라서 단체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인 앨리슨 맥도날드는 "오늘 이 사건은 국가가 기후 비상사태에 대처하지 못해 젊은이들이 지불하고 있는 대가에 관한 것이며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젊은이들이 평생 겪을 피해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고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생명, 사생활, 가족생활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져 정부들이 기후 노력을 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자신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충분히 영향을 받았으며 정부들이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해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로 제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판사들을 설득하려 했다.
반면 소송을 당한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과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러시아, 튀르키예 등 총 32개 유럽 국가 정부를 대리하는 변호인들은 원고 측이 국내 법원을 먼저 거쳤어야 한다며 유럽인권재판소는 관할권이 없다고 맞섰다.
영국 측 변호인은 원고가 포르투갈을 제외한 다른 국가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또 각국 정부가 기후 변화의 위협과 도전을 이해하고 국제 협력을 통해 이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포르투갈 측 변호인도 원고들의 '피해자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후 변화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피해자 지위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고들은 이 같은 주장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15세의 안드레 올리베이라는 "우리가 그들 앞에 놓은 증거를 무시하고 우리가 직면한 현 상황을 하찮게 여기는 국가들의 시도에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의 제삼자인 EU 집행위원회 측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5% 감축하고 2050년에는 기후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EU의 목표를 언급하며 EU는 파리기후협약 상 의무를 넘어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유럽인권재판소에 제기된 첫 기후소송이라고 AP는 전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조약에 따라 1959년 설립됐다.
이 재판소의 판결은 조약 당사국들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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