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관' 뭐기에] ③"제 식구 챙기기, 이젠 없다"지만…(完)

입력 2023-10-03 08:00  

['LH 전관' 뭐기에] ③"제 식구 챙기기, 이젠 없다"지만…(完)
전관이 말하는 전관 "종심제 이후 전관 특혜 누리기 힘들어져…영향력 줄어"
경실련 "종심제 심사가 전관특혜 위한 통로 악용"…'LH 기능' 민간 분산 이양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이상서 기자 이다빈 인턴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이라고 하면 일하면서 의사소통 과정에서 조금 낫다 정도뿐이죠. 그래도 최근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계약을 따내고, 입찰 결과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2018년 LH에서 부장으로 퇴사한 뒤 최근까지 민간 건축 업체 임원으로 일했던 A씨는 "전관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여러 건축 사고 원인 중 하나로 LH 전관으로 인한 부실 감리와 시공이 지목됐는데, LH 출신으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시공사나 감리사 등 해당 사업에 관여한 업체의 총체적인 문제이지, 전관예우로만 몰아가서야 하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철근 누락 아파트'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 전관에 대한 특혜가 지목되자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LH 출신들은 "부풀려진 면이 크다"면서도 "전관으로서 이점이 존재하긴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7년 LH 부장으로 퇴사해 현재 지역의 한 건축업체 경영진으로 일하고 있는 B씨는 "2019년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가 시행되면서 전관이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사실상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종심제는 기술 점수 80점과 가격 점수 20점을 더해 최고점을 받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업계의 기술 경쟁을 유도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심사를 진행하게 됐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는 "특히 종심제 심사위원의 경우, 교수진과 공공기관 관계자 등 LH 외부 인원으로 구성된다"며 "LH 전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지금 회사에서 LH가 수주하는 사업을 따낸 경우가 별로 없다"며 "세간 인식대로라면 나도 전관 특혜를 누렸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2018년께 LH 처장으로 근무하다 중소 건설업체에서 최근까지 임원으로 일했던 C씨도 "법조계나 방산업계 등 다른 업계에서도 퇴직 후 동종 업계에서 근무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라며 "LH만 유독 이상한 색깔로 정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LH 출신의 재직 여부를 전혀 무시할 순 없겠지만 그게 입찰이나 감리 과정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건축업계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런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반응이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여전히 LH 출신이 회사에 없으면 수의 계약이나 입찰 경쟁 등 어려운 게 한두 개가 아니다'라는 게 현장의 반응"이라며 "퇴직 이후 동종 업계로 재취업을 염두에 둔 LH 현직이 전관을 둔 업체를 엄격하게 심사할 수 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심제 시행 이후 LH 전관 특혜가 사라졌다는 주장도 사실과 멀다고 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도 "전체 평가점수에서 가격 평가는 20%, 기술능력 평가라는 이름의 정성평가가 80%를 차지하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아무리 높아도 결국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가 당락을 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격뿐 아니라 공사 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계약 업체를 선정하는 종심제가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심사위원의 정성 평가에 의존해 전관특혜를 위한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단체가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을 살펴본 결과 이 중 55.4%에 해당하는 297건이 LH 출신 전관이 재취업한 업체로 드러났다. 계약 금액으로는 69.4%를 차지한다. 여전히 LH 전관을 영입한 업체에 '몰아주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공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종심제 심사가 전관 특혜를 위한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며 "가격 경쟁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입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택지개발이나 공공임대 등 (건축 분야에서) 여러 기능이 LH로 집중된 상태"라며 "장기적으로 LH가 가지고 있는 많은 기능을 민간업체에 분산시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과 대구 등에서 14년째 건축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D씨는 "예전에 비해 입찰 과정이 투명하게 개선된 것은 맞다"라면서도 "인맥이나 출신 등이 입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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