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보고서…"노동자들, 보호장비 없이 일하다 사고사 당해"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유럽 해운업체들이 국제규정 허점을 이용해 방글라데시의 위험하고 공해를 유발하는 선박 해체장에 선박을 맡기고 있다고 글로벌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지적했다.
방글라데시 남동쪽 시타쿤다 해변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 해체장 중 하나로 최근 부상했는데, 유럽 업체들은 2020년 이래 시타쿤다 선박 해체장에 선령(船齡)이 많은 선박을 520척이나 보냈다.
문제는 수천 명의 현지 노동자들이 보호장비도 없이 위험하고 공해를 유발하는 선박 해체장에서 일하다가 사상하거나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HRW 연구원 줄리아 블렉크너는 보고서에서 "방글라데시 선박 해체 업체들은 방글라데시인들의 목숨과 환경을 희생시켜 이윤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블렉크너 연구원은 이어 "(유럽) 해운업체들은 국제규정 허점을 이용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쓰레기를 관리하기 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박 해체장 노동자들은 철강을 잘라내는 작업을 하면서 화상을 면하고자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장갑으로 사용하고 유독 가스 흡입을 피하려고 셔츠를 벗어 입을 막는다.
또 잘라낸 철강 덩어리를 맨발로 운반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은 작업 도중 위에서 떨어지는 철강 덩어리에 맞아 부상하거나 해체 중인 선박에 불이 나거나 파이프가 폭발했을 때 내부 공간에 갇히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방글라데시 환경단체 '영 파워 인 소셜 액션'을 인용해 2019년 이래 시타쿤다 선박 해체장에서 최소 62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숨졌다고 밝혔다.
또 선박 해체장에 들어오는 선박 중 상당수에 석면이 들어 있어 노동자들이 작업하다가 유독 물질에 노출돼 폐에 손상을 입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타쿤다 선박해체장 소유주 단체는 회원들이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선박 해체에 관한 국제협약이 오는 2025년 발효하기에 앞서 작업장 안전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소유주는 지역 정계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로 작업장에서 사고가 나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분위기라 노동현장 안전에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아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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