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총리 감세 공약·'슈퍼보너스' 탓에 EU와 대립할 위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 규모 예상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기존 목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4.5%에서 5.3%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재정적자는 지난 4월에 설정한 목표치인 GDP 대비 3.7%보다 높은 4.3%로 전망했다.
잔카를로 조르제티 재무장관은 내년 재정적자 목표가 확대되면 저소득 가구 지원, 출산 장려, 공공부문 임금 인상 등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 정책은 유럽연합(EU)과의 2024년도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EU는 회원국의 건전 재정 유지와 재정 정책 공조를 위해 회원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각각 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재정준칙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각 회원국이 코로나19 관련 지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일시 유예됐지만 내년부터 다시 시행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애초 목표보다 1년 늦춰진 2026년에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미만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을 다음 달 EU에 제출할 예정이다.
조르제티 장관은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이 확장적 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탈리아의 현실에 공감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경기 둔화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 침체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의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며 "접근 방식은 책임감과 신중함의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1%에서 0.8%로 낮췄고,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 역시 1.5%에서 1.2%로 하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정부가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감세 공약과 EU 재정준칙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전 정부가 도입한 '슈퍼보너스' 정책은 이러한 균형 잡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슈퍼보너스' 정책은 이탈리아 정부가 건축 공사를 통해 주택 및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비용의 최대 110%를 5년 동안 공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단열재, 태양광 패널 설치, 난방기 교체 등 건물을 친환경적으로 개조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이던 2020년 7월에 도입된 이 정책은 전국적인 주택 개량 붐을 일으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기에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었지만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이 지나간 지금에는 정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슈퍼보너스' 정책을 폐지했지만 회계 처리가 지연되면서 재정 적자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재정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은 28일 오전 4.8%로 치솟아 11년 만의 최고치에 근접했다.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는 1.95%포인트로 소폭 늘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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