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서 '품격보수' 매케인 소환해 트럼프·극우지지층 직격
"정치폭력 설 자리 없다…공화당, 마가 극단주의자들에 휘둘려"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정치적 폭력이 설 자리는 없다, 없다,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별세한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기리는 행사에서 극우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을 의미하는 이른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구호) 세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반발해 의사당을 습격해 난동을 부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사에게 보복을 경고하는 등 극단적 행동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내년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커진 '정적'을 견제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매케인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애리조나주에서 매케인 전 의원의 추모 행사에 참석해 상원 의원 시절 소속 정당(바이든 민주, 매케인 공화)을 떠나 동료로서 깊은 우정을 나눴던 고인의 공로를 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케인과 연결되는 가치로 명예, 의무, 품위, 자유, 민주주의 등을 강조한 뒤 "무언가 위험한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믿음도 공유하지 않는 극단주의 운동, 마가 운동이다"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가의 극단주의 사상에 천착하는 것은 "모든 공화당원들이 아니며 공화당의 다수파도 아니"라면서도 "그러나 오늘날 공화당이 마가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휘둘리고, 위협받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고 지적하며 공화당을 갈라치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사람들이 침묵할때 소멸"하고 "더 많은 사람이 투표할 때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내 극단주의자들과 그들이 대체로 지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매케인 전 의원과 대비시키며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강조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인 매케인은 생전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정파를 초월한 정치 행보로 진보, 보수로부터 두루 존경받았다.
또한 2008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패한 뒤 깨끗하게 승복했다는 점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매케인 전 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은 지난 2020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에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기보다는 '전임자'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날은 달랐다.
그는 "트럼프는 헌법이 그에게 대통령으로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고 말했다"며 "나는 다른 대통령이 농담으로라도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내년 미국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리턴매치가 유력해지는 전·현직 미국 대통령의 장외 기싸움과 세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6일 미시간주를 방문해 파업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 노조원들의 시위에 동참하자 다음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미시간주의 노조가 없는 자동차 부품 공장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친화 정책을 강력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생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공화당 거물 정치인(매케인)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함으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재반격'을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6, 28일 각각 방문한 미시간주와 애리조나주는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이 트럼프를 눌렀던 지역이면서, 2016년 대선에서는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에 승리했던 지역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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