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뉴스 진행자 "위생 상태 안 좋은 이민자가 빈대 옮기는 것 아니냐"
SNS서 논란…정치권도 "명백한 인종차별·비열한 발언" 비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의 한 보수 성향 방송 진행자가 프랑스에 이민자가 많아 빈대가 기승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보수 색채가 짙은 쎄뉴스 방송사의 진행자 파스칼 프로는 이날 아침 뉴스 쇼에서 최근 프랑스 곳곳에서 출몰되는 빈대 문제를 다뤘다.
그는 스튜디오에 출연한 빈대 박멸 회사 대표 니콜라 루 드 베지외에게 이민자들의 위생 상태가 빈대 확산과 관련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현재 프랑스에 많은 이민자가 살고 있다"며 "그들은 거리에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모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프랑스 땅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위생 상태를 갖추지 못한 채 빈대를 옮겨 오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의 발언은 즉각 각종 소셜 네트워크에 퍼져나갔고, 정치권의 비판도 쏟아졌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프로의 발언이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영상·통신규제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정당 르네상스도 "이건 우리가 근절되길 바란 역한 인종차별"이라며 "억제되지 않은 비열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프로는 이후 "공항에 도착하는 많은 관광객이 빈대를 옮길 수 있다"며 상황 수습을 시도했다.
파리에 본사를 둔 한 해충 박멸 회사의 관리자는 르파리지앵에 "빈대는 바퀴벌레와 달리 주거지 위생 수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자신의 회사가 이민자가 몰린 지역뿐 아니라 전통적인 파리 부촌에서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들어 다시 빈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속철도(TGV) 좌석뿐 아니라 지난 27일엔 파리 지하철 8호선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파리시는 정부 차원의 빈대 퇴치 대응을 제안했다.
파리시의회는 전날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빈대는 공중 보건 문제"라며 "2024년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이 시점에 프랑스 전체가 재앙에 상응하는 행동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그레고아르 파리 제1부시장은 이날 프랑스앵포에 출연해 빈대 감염 위험을 주택 보험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충 박멸이 너무 비싸 사람들이 소독을 포기하고 있다"며 "일단 빈대에 감염되면 주변 아파트를 오염시키는 만큼 이런 재정적 제약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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