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납치·온라인 사기 그려…"국가이미지·관광산업에 악영향"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이 중국 영화 '노 모어 베츠'(No More Bets)의 상영 중단을 요구하고 자국 내 상영을 금지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영화가 인신매매, 온라인 사기 등을 다루면서 동남아 국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크메르타임스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는 이 영화가 캄보디아를 온라인 사기 진원지로 묘사하고 있다며 주캄보디아 중국대사관에 중국 내 상영 중단을 요청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와 함께 자국 내 영화 업계에 이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노 모어 베츠'는 해외로 인신매매돼 온라인 사기에 강제로 동원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스릴러로, 지난달 중국에서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 세 번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가 직접적으로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는 않지만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항의가 쏟아졌다.
캄보디아 국민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영화가 관광산업과 캄보디아의 존엄성에 심각한 손해를 입혔다"며 정부에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미얀마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관영지 더글로벌뉴라이트오브미얀마는 "줄거리가 미얀마와 관련이 있고, 중국인들은 미얀마 방문을 꺼리고 있다"며 주중 난닝 총영사가 중국 측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와 캄보디아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 태국도 이 영화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
태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중국인들이 한해 1천만명 이상 방문한 나라다.
새 정부는 한시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등 중국 관광객 유치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태국 여행 중 납치돼 미얀마나 캄보디아로 보내질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관광산업 회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주중국 태국대사관은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화의 소재가 된 동남아의 온라인 사기는 실제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는 '로맨스 스캠'과 보이스피싱 등 각종 온라인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범죄 조직들은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취업을 미끼로 유인한 뒤 강제 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 총리 회담에서도 온라인 사기 문제가 논의됐다.
이달 초에는 미얀마 북동부의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온라인 사기 범죄에 연루된 중국인 1천200명을 검거해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국제 온라인 범죄에 동남아시아인 수십만명이 강제로 동원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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