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가지 조리법 소개한 김치 책 출간…"김치는 한국의 상징"
북한 유학 경험도…식당서 김치버거도 팔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김치는 한국 음식을 상징할 뿐 아니라 한국 전체를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은 김치 없이 열흘을 사는 것도 힘들어하잖아요?"
러시아에서 '김치: 한국 음식의 상징'이라는 책을 출간한 요리사 안드레이 나움칙 씨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식당 '예브라지야'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달 출간된 이 책은 김치의 효능과 한국 지역별 김치, 60가지 김치 요리법과 20가지 김치 관련 한식 요리법, 장과 젓갈 등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나움칙 씨가 직접 담근 김치 사진들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배추김치, 깍두기, 파김치 등 많이 알려진 김치는 물론 고수김치, 귤물김치, 닭물김치, 콩나물김치, 민들레김치 등 생소한 이름의 김치도 이 책에 소개돼 있다.
나움칙 씨는 "친구들에게 부탁해 받은 책과 소셜미디어(SNS), 한국인의 블로그 등을 보고 다양한 김치 조리법을 알게 됐다. 나도 그런 김치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직접 따라 만들어보면서 레시피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통의 러시아인이 그런 정보로 김치를 담그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 그는 직접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는 "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왜 특별한지 알리고 싶었다"며 2년의 준비 및 검증 기간을 거쳐 책을 펴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나움칙 씨는 자신의 식당에서 특별한 행사도 열었다. 한국의 추석을 맞아 손님들에게 김치와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날 손님들은 1천루블(약 1만4천원)을 내면 배추김치, 호박김치, 양배추보김치, 참치김밥, 수육, 잡채, 만두, 갈비찜, 두부김치, 수제 막걸리 등 한국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그가 만든 김치는 외국인 입맛에 맞게 개량된 김치가 아니었다. 고춧가루가 아낌없이 들어가 기자가 먹었을 때도 제법 맵다고 느낄 정도였다. 다른 한식들도 웬만한 한국 식당 못지않게 한국의 맛을 담고 있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한 무리의 학생들은 김치를 먹어 보고 "맵지만 괜찮아요. 맛있어요"라며 한국어로 말했다. 이들은 무대에서 BTS 정국의 솔로곡 '유포리아'를 부르고 춤도 추면서 한국 문화를 즐겼다.
나움칙 씨는 러시아인에게는 고춧가루 대신 간장으로 맛을 낸 '장김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스타 등 양식에는 '바질 김치'가 잘 어울리고, 고기는 '매실 김치'와 먹어야 맛있다"고 덧붙였다.
매일 김치를 먹는다는 그는 개인적으로 백김치, 가지김치, 오이소박이, 귤물김치, 갓김치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련 시절이던 1985년 모스크바 주립대학에 입학했을 때 면접관의 추천으로 한국어를 전공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1년간 유학하기도 했는데, 북한 음식이 아주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처음 서울에 가본 나움칙 씨는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를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관련 사업을 벌였다. 모스크바에 한국 아동복 매장을 연 것이다.
1997년에는 모스크바에 한식 레스토랑을 차렸다. 나움칙 씨는 당시 고용한 한국 요리사에게 김치, 족발, 비빔밥 등 한식 요리법을 배웠다. 또 한국에서 식당을 하는 친구에게서도 한식을 배웠다.
북한은 19번, 한국은 100번 넘게 가봤다는 그는 "어딘가에 한국인이 있다면 그 근처에 김치가 있다는 뜻이다. 김치는 한국인에게 너무 가까워서 그냥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김치가 한국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에는 한국의 김치처럼 상징적인 음식이 없다"며 음식에 철학을 담는 것도 한국의 독특한 문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인은 살려고 먹지만, 한국인은 먹기 위해 산다. 러시아인은 맛이 없는 음식도 그냥 먹지만, 한국인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는다"라며 웃었다.
내년 봄 출간을 목표로 '한국의 전통주'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는 그는 현재 다소 경색된 한러 관계가 언젠가는 풀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한국의 김치 회사가 러시아에 공장을 열면 두 나라 관계가 따뜻해질 것 같다. 김치에는 확실히 힘이 있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모든 게 다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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