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존 대성당 계획에 온라인 반대 청원도…불교계는 첫 국기 게양식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중국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종교계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밀어붙이는 '종교의 중국화'가 홍콩에서도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건물인 성공회교회의 세인트 존 대성당이 1일 국경절을 맞아 예배 도중 설교단에 국기를 게양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의 국기와 국가는 각각 중국의 오성홍기와 의용군행진곡이다.
보도에 따르면 세인트 존 대성당은 일요일이자 국경절인 이날 예배를 홍콩에서 통용되는 광둥화(캔토니즈)가 아닌,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만다린)로 진행하며 예배 도중 오성홍기를 설교단 주변에 게양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5월 입법회(의회) 의원인 캐논 피터 쿤 홍콩 성공회교회 목사가 제안한 데 따른 것으로, 쿤 목사는 예배에서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기본적 존중을 표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경절은 마오쩌둥이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권 수립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쿤 목사는 이번 국경절에 세인트 존 대성당에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시험이 될 것이며 이는 앞으로 매년 국경절에 시행될 것이라고 SCMP에 밝혔다.
그는 국기 게양 반대 의견에 "홍콩인들은 과민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경절은 국가가 잘 해냈다고 믿는 이들을 위한 축하의 날"이라며 "국가에서 개선을 요하는 분야가 있다면 크리스천으로서 우리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SCMP는 "1849년 세워진 세인트 존 대성당에서 국경절 예배에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온라인에서는 국기 게양, 홍콩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에 관한 쿤 목사 최근 발언에 반대하는 청원에 140여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문의한 다른 11개 교회 대부분은 국기 게양에 대한 질의에 답하지 않거나 세인트 존 대성당을 따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다만 2019년 세워진 트리니티 신학 침례 교회는 지난해에 이어 이날 국경절 예배 후 국기 게양식 영상을 상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목사는 예배에 정치적 상징을 배치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또한 홍콩과 중국 본토 종교 단체 사이에는 상호 종속이나 간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홍콩 기본법(미니 헌법) 148조가 보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그는 당국이 해당 조항을 해석하는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지난 5월 홍콩에서는 중국 본토 기독교 단체들이 주최한 '기독교의 중국화'라는 제목의 세미나가 열렸다. 쿤 목사 등 120명이 참석한 해당 세미나에서 중국 단체들은 '종교의 중국화' 개념을 홍콩에 공유하고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의 중국화는 공식적으로 무신론자인 공산당이 종교를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고 중국 문화에 맞추려는 것으로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입했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모든 종교를 자신들의 통제 아래 두고 중국의 문화와 일치시키려고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콩중문대 라이판츄 교수는 SCMP에 해당 세미나가 홍콩 크리스천들의 반응을 보고 중국 본토의 종교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지적했다.
중국그리스도교회 홍콩위원회의 레이 웡 목사는 홍콩 교회들이 진정으로 정교분리를 위해 분투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화나 교회 내 국기 게양을 밀어붙이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다른 종교는 국기 게양식에 포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 불교계는 지난달 28일 란타우섬의 포린 수도원에서 처음으로 국경절 국기 게양식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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