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中, 엑스·페북 등 다운로드 차단 추진…인터넷 검열 '만리방화벽' 구멍 메우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애플이 중국 당국의 규정 변화에 맞춰 중국 앱스토어 규정을 변경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중국 앱 개발자 지침을 업데이트하면서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모든 앱에 대해 유효한 ICP(인터넷 콘텐츠 공급자) 등록 번호를 요구한다"며 앱 개발자들에 추가 정보를 제출하라고 했다.
애플의 이같은 지침 변경은 지난달 27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삼성·샤오미·화웨이 등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새로운 검열·관리 규정 적용을 위한 등록번호를 부여하면서 '애플 앱스토어'는 목록에서 제외한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판공실은 지난해 8월 시행한 '모바일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정보 서비스 관리 규정'을 통해 앱스토어들에 등록을 위해 사업 세부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앱스토어에 불법 콘텐츠가 있을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월 공업정보화부는 앱스토어들이 내년 3월까지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처벌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같은 조치는 중국인들이 애플의 중국 앱스토어를 통해 현지에서는 공식적으로 금지된 외국 앱들을 이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엑스(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 유튜브 등 중국에서 접근이 차단된 외국 앱들은 애플의 중국 앱스토어에서 모두 내려받을 수 있으며 가상사설망(VPN)을 통하면 접속할 수 있다.
중국은 강력한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가동하고 있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다양한 VPN을 활용해 이들 서구 앱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엑스와 텔레그램이 현지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이 됐고, 애플의 중국 앱스토어에 따르면 최근에는 구글 크롬과 인스타그램이 '톱 무료 앱 200'에 들었다.
SCMP는 "중국의 이번 조치는 '만리방화벽' 구멍을 메우려는 것"이라며 "미중 간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애플이 또다시 중국의 바뀐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애플의 중국 앱스토어에서 다수의 서구 앱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고, 애플 관계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 관리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WSJ은 중국 관리들이 미등록 외국 앱을 금지하는 규정을 애플이 엄격히 준수할 것을 요구했고,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에게 미칠 영향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잇달아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비공식적으로 공무원들에게 업무용으로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기업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뚫고 최근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애국 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치우러쉬안은 SCMP에 "애플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미국 간 긴장을 잘 헤쳐나왔지만, 최근 중국 조치는 애플이 넘어야 할 더 높은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앞서 지난 8월 중국 앱스토어에서 챗GPT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100여개를 제거했고, 2020년에는 수천개의 미등록 게임 앱을 삭제했다.
치우러쉬안은 "중국 시장 중요성을 감안할 때 애플은 이번에도 새 규정을 따를 것"이라며 "다만 그것이 단기적으로 애플의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애플은 앱스토어보다 다른 수단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브랜드와 마케팅, 판매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매우 성공해왔다"며 지정학적 긴장에도 최근 출시된 아이폰15도 이미 중국에서 히트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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