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뉴노멀' 우려 고조…연준 매파 "11월 인상 지지"

입력 2023-10-04 11:50  

'고금리가 뉴노멀' 우려 고조…연준 매파 "11월 인상 지지"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9월 상황과 같으면 내달에 금리 올려야"
JP모건 다이먼, 7% 금리 가능성 밝혀…건들락, '고금리 장기화' 비판
금리선물 시장서 내달 기준금리 인상 전망, 일주일 전 16.4%→30.3%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기준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는(higher for longer) 상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며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는 다음 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지지하고 나섰다.

◇ 메스터 연은 총재 "9월 상황과 같으면 11월 금리 올려야"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다음 달 1일 FOMC 회의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다음 달 FOMC 회의 때 미국 경제가 최근 (9월) FOMC 회의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 연준 인사들이 주시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 조건을 긴축하고 성장을 완만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봤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로 통하는 메스터 총재는 올해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지는 않으며, 전날도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린 뒤 한동안 유지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지만 인하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나는 동결을 원하며 이것이 오랫동안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원하는 시장 기대와 달리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하하는 게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장기물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경제 전반의 반응을 살필 필요가 있다면서 "둔화를 가속화하는 것처럼 보이면 분명히 내가 예상했던 정책 경로를 수정해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추가 금리 인상 지지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고,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도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까지)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고금리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 9월 FOMC 이후 시장분위기 식어…10년물 미 국채 금리 4.8%
연준의 거듭된 경고에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고 조만간 금리가 내릴 수 있다고 기대했던 시장 분위기는 지난달 FOMC 회의 이후 식고 있으며, 이 때문에 연준의 매파적 목소리가 더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연준은 지난달 20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지만, 당시 파월 연준 의장은 "적절하다고 판단 시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준 내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점도표)에서 연준 위원 19명 가운데 12명이 연내 한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고, 경제전망요약(SEP)에서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6월 전망했던 1.1%에서 1.5%로, 내년 말 금리 전망은 4.6%에서 5.1%로 올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연착륙을 내다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작고, 고금리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0%가량 오르는 등 연준의 경고가 시장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고용지표 호조 속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국시간 4일 오전 10시 기준 4.8228%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30년물 금리도 4.953%까지 올랐다.
이날 미 증시 주요 지수가 1%대 동반 하락한 가운데, 증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6개월 만의 최고치를 넘어섰고, 장 중 한때 심리적 지지선인 2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 시장서는 '금리 7%' 경고…건들락 "연준 '고금리 장기화' 문제"
미 월가에서 국채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新)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대해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건들락 CEO는 이날 한 행사에서 이러한 연준 기조가 미국 경제에 주요 어려움이 되었다면서 "이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5%를 넘으면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전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7% 금리 가능성을 밝혔다.
다이먼 CEO는 '정말 7% 금리로 가는 것이냐'란 질문에 "금리가 5%로 갈 것이라고 (지난해) 내가 말했을 때도 사람들은 '정말로 가는 것이냐'라고 물었다"며 "(7% 금리는)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단단히 박힌 인플레이션 때문에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최소한 5%나 그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자산운용 CEO는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 중반에, 10년 만기 물은 5%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전망 비율이 일주일 전 16.4%에서 30.3%로 올라갔다. 12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높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일주일 전 37.7%에서 44.8%로 높아진 상태다.
한편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지난 1년간 기준금리 고점이 5.5%까지 오르면서 대출 비용이 오른 만큼 미국의 채무부담이 2025년 신고점을 찍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미국 정부의 채무 이자 부담은 GDP의 2% 수준이었는데, 내년에는 3%로 오르고 2030년에는 4%가 될 수 있다는 추산이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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