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감축·이민 강경책 주장하며 예산안 부결…매카시 해임까지
2015년 결성, 공화당 우클릭 주도…벼랑 끝 전술로 前의장들과도 불화
해임결의안 낸 게이츠, 매카시 선출때부터 갈등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3일(현지시간) 미국 서열 3위였던 케빈 매카시(공화) 하원의장이 해임된 배경에는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 모임 '프리덤 코커스'가 있다.
지난달 29일 매카시 전 의장이 주도한 임시예산안 처리를 부결시키더니, 매카시 전 의장이 정부지출 삭감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은 뺀 '땜질' 예산안을 다시 제안해 처리하자 이에 반발해 해임 결의안을 제출해 성사시킨 것이다.
해임결의안 표결은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반란표의 출처로는 프리덤 코커스가 꼽힌다.
워싱턴DC 의회정치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꼽히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 웹사이트도, 공식 명단도 없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계획을 가졌는지도 알려진 바 없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월 전체 공화당 하원의원(당시 222명) 중 5분의 1가량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고 보도한 바 있지만, 미 언론마다 추정치는 다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플로리다) 하원의원이 제출한 해임결의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으로는 켄 벅, 앤디 빅스, 팀 버쳇, 엘리 크레인, 밥 굿, 낸시 메이스, 맷 로젠데일 의원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들이 모두 프리덤 코커스 소속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프리덤 코커스의 기원은 2015년 1월 펜실베이니아주 허시에서 열린 비밀회의다.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세력 '티파티' 출신 의원 9명이 모여 극우 보수의 가치를 내걸었다.
이들은 재정 감축, 불법 이민 강경 대응 등 기존 보수 입장에 선명성을 더해 공화당의 '우(右)클릭'을 추구해왔다.
창립 회의에 참석했던 맷 새먼(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최근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와의 인터뷰에서 우파들의 집단적 영향력을 활용할 모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화당 지도자들에게 재정 건전성과 헌법 원칙을 되찾도록 압력을 가하겠다는 목적에서 모였다는 얘기였다.
또 다른 회원 바이런 도널즈(플로리다) 하원의원은 "우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가지를 위해 뭉쳤다. 정부 지출은 줄이고 정부가 해야 하는 일에 돈을 내는 것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들은 매카시 전 의장뿐만 아니라 존 베이너, 폴 라이언 등 이전 하원의장들과도 껄끄러운 사이였다. 프리덤 코커스의 반대로 예산안 처리를 무산시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가져왔고, 이를 불사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현재 강경파의 핵심 인물인 게이츠 의원 역시 프리덤 코커스 회원으로 거론된다.
게이츠 의원은 지난 주말 매카시 전 의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지난 1일 실제 행동에 옮겼다.
두 사람의 불화는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올 1월 매카시 의장 선출 과정에서 게이츠 의원은 반대표를 주도했다. 이들은 의장 선출 투표 때 소수파 권한을 확대해달라며 어깃장을 놓았고, 매카시 전 의장은 결국 15차례나 재투표를 거듭한 끝에 자리에 올랐다.
이때 매카시 전 의장이 이들을 달래려고 하원 운영규칙을 개정한 게 열달 뒤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의원 1인에게 하원의장 불신임안을 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는 조항은 당시에도 의장의 활동이 소수파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매카시 의장 선출에서 영향력을 확인한 프리덤 코커스는 하원 내 주요 상임위에 전진 배치되며 존재감을 더욱 드러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연방정부 지출 대폭 삭감 등을 주장하며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매카시 전 의장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게이츠 의원은 이번에 영향력을 확인하긴 했지만 정작 본인은 성추행 등의 혐의로 윤리 문제에 둘러싸여 있다.
그는 2021년부터 성추행, 불법 약물 사용, 주(州) 신분증 남용, 선거자금 유용, 의회에서 부적절한 사진·영상 공유 등의 문제로 하원 윤리위원회 등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게이츠 의원이 자신을 의장직으로 몰아내려고 하는 것이 게이츠 의원의 성추행과 자금유용 혐의 조사에 개입하지 않는 데 대한 '개인적인 보복'이라고 주장해왔다.
공화당 내에 프리덤 코커스에 대한 반감도 있다.
프리덤 코커스 창립 멤버였던 새먼 의원은 모임의 현 상태에 대해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 모임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응원군단'이 되려고 모임의 핵심 원칙을 포기하고 트럼프 전 정부가 큰 적자를 내는 동안 침묵을 지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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