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타2' 금메달, 탁구 금메달 제치고 SNS 최고 화제
'국가 자부심' 상징으로…LoL 준결승서 한국에 지자 실망감 분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당국의 온라인 게임 분야 단속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중국인들 사이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만 명의 중국 젊은이들이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항저우로 몰려들었고 일부는 부모와 함께 온 어린 자녀들이었다.
이러한 뜨거운 열기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유일하게 e스포츠는 추첨 방식으로 경기 입장권을 판매했다.
또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서 판매된 거의 모든 e스포츠 관련 상품은 아시안게임 시작 며칠 만에 동이 났고, 지난 몇 주간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회자된 주제는 e스포츠였다.
지난 2일 밤 중국 대표팀이 e스포츠 '도타 2'에서 금메달을 따자 해당 소식은 직전 중국 탁구팀의 금메달 소식을 빠르게 제치고 현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최고 화제로 등극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준결승에서 중국 대표팀이 한국에 0:2로 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소셜미디어로 몰려들어 실망감을 분출했다.
SCMP는 "중국 당국의 게임 산업에 대한 적대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로 떠올랐다"며 "중국 대표팀이 e스포츠 7개 경기 중 4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중국 온라인 게임 팬들의 사기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e스포츠도 다른 종목처럼 이제는 중국 국가 자부심의 상징이 됐다"며 "애국심으로 무장한 중국 팬들은 LoL 준결승서 중국이 한국에 패하자 크게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e스포츠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시범종목을 거쳐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다.
그러나 정작 개최국인 중국은 그사이 청소년의 게임 중독에 칼을 빼 드는 등 게임 업계 단속에 나서면서 중국의 게임 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앞서 2021년 관영 매체 경제참고보가 여러 차례에 걸쳐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판한 뒤 당국은 그해 8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일주일에 3시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후 당국이 8개월간 게임 신규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 발급도 중단하면서 텐센트와 넷이즈 등 주요 게임사들의 매출은 크게 줄었다.
올해 들어 중국 게임 매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당국의 단속 이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항저우는 경제 둔화 속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e스포츠 대회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항저우 당국은 연간 1억위안(약 186억원)을 비디오 게임과 e스포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항저우 e스포츠 센터는 텐센트와 넷이즈가 후원하는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며 붐 업을 유도했고 이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SCMP는 전했다.
e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11살 아들을 데리고 항저우를 찾은 자오정제 씨는 SCMP에 "시대가 변했고 내 아들은 내가 어렸을 때보다 더 흥미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다"며 아들이 방과 후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