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미국의 주도로 추진되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적 국교 수립에 대해 이란 최고 지도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실은 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테헤란에서 열린 국제이슬람통합회의에 참석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는 경마에서 지는 말에 돈을 거는 짓"이라고 비유했다고 밝혔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또 "그런 움직임(관계정상화)은 패배로 귀결될 것"이라며 "소멸이 임박한 시온주의 정권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투쟁은 여느 때보다 활기차고 잘 준비됐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국가를 특정하진 않았으나 사우디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산업용 원자력 프로그램 지원과 우라늄 농축 허용, 안보 동맹 체결, 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 등 선행 조건을 미국이 수용하면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조건은 현실적으로 이스라엘로선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중동 데탕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터라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지도부 역시 관계 정상화에 대해 원론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란은 사우디를 위시한 수니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접근이 자국의 안보와 지정학적 입지를 위협하는 큰 변화로 인식한다. 양국의 국교 수립 모색을 예의주시하면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앞서 에브라임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국교를 수립하도록 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노력에 대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날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언급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브라함 협약을 막지 못했던 것처럼 이란은 이스라엘 국민, 중동과 전 인류의 이익을 위한 평화의 원을 넓히려는 우리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브라함 협약은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 등 수니 아랍권 4개국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한 역사적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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