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경비대 "마셜제도 등록 유조선 추정 선박이 들이받아"…필리핀 대통령 "책임 물을 것"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대형 상선이 정박 중이던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아 어부 3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4일 보도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지난 2일 새벽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에서 북서쪽으로 약 160㎞ 떨어진 해상에서 이번 충돌이 발생했다.
충돌 당시 피해 어선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정박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경비대는 성명을 통해 "해당 어선은 악천후 때문에 외국 선박 접근을 감지하지 못했다"며 "(충돌 후) 모선(母船)이 가라앉았고 선장 포함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동료 어부 11명은 다른 작은 어선을 이용해 시신을 수습해 인근 육지로 옮겼다.
해안경비대는 해당 상선이 마셜제도 등록 유조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안경비대는 싱가포르로 이동 중인 이 유조선과 접촉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충돌을 둘러싼 세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며 "이번 사고와 관련한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카버러 암초는 남중국해에서도 대표적인 영유권 분쟁지로 꼽힌다.
중국은 2012년 영유권을 주장하며 스카버러 암초를 강제로 점거했고 필리핀은 국제상설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암초는 필리핀 본섬인 루손에서 서쪽으로 240㎞, 중국 하이난에서 900㎞가량 떨어져 있다.
이에 PCA는 스카버러 암초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지난 2016년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같은 입장을 고수,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 주변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중국과 필리핀은 지난달에도 스카버러 암초 주변 바다에 설치된 '부유식 장애물'을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같은 달 22일 해당 해역에서 부유식 장애물을 발견했다면서 25일 이를 전격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또 향후에도 중국이 장애물을 설치하면 모두 제거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에 중국 해경은 지난달 27일 필리핀 선박의 황옌다오 진입을 막기 위해 부유 장애물인 차단망을 설치했다가 스스로 회수했다고 반박했다.
중국 측은 "황옌다오와 인근 해역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다"며 "법률에 따라 관할 해역에서 권리 보호 및 법 집행 활동을 수호하고 국가 주권과 해양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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