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잠수함·호위함 등 다수 군함, 다른 항구로 이동"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성지'로 불리는 크림반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흑해함대 일부를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서방 관리들, 해군 전문가들의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러시아가 흑해함대 주력기지가 있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상당한 규모의 군함들을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미하일 바라바노프는 이달 1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세바스토폴에 정박하던 군함 중 킬로급 공격 잠수함 3척, 유도 미사일을 갖춘 호위함 2척, 초계함 1척 등이 흑해의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또 대형 상륙함 1척과 신형 소해정(기뢰 제거 함정) 1척, 다수의 소형 선박들이 세바스토폴에서 크림반도 동부 페오도시야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SJ이 전했다.
WSJ는 흑해함대 군함들의 철수에 대해 "크림반도를 점령한 푸틴 대통령에게 놀랄 만한 차질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자신의 중요한 업적으로 내세워왔다.
그는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거룩한 땅', '성지' 등으로 표현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러시아는 세바스토폴의 군함들을 우크라이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보다 안전한 곳으로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장관은 이번 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세바스토폴에 정박하던 군함들의 분산 배치에 대해 "흑해함대의 기능적 패배"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수주간 미사일과 드론(무인기) 등으로 크림반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지난달 13일에는 세바스토폴 해군 조선소를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해 대형 상륙함 한 척과 잠수함 한 척을 파괴했다.
그다음 날인 14일에는 크림반도 서부 예브파토리아 인근에 설치된 러시아군 최신 방공체계인 S-400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무력화했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함대 본부가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을 받았다.
우크라이나군은 흑해함대 본부 공격으로 러시아군 장교 30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흑해함대 공습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에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크림반도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올해 6월부터 진행 중인 이른바 '대반격'이 동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강력한 방어선에 고전하는 만큼 전세를 바꾸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크림반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선 역할을 해왔다.
또 우크라이나가 곡물의 해상수출과 관련해 러시아 해군의 흑해 봉쇄를 뚫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러시아는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해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게 한 흑해곡물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흑해 연안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항을 집중적으로 폭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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