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첫 원주민 출신 40대 주총리 탄생

입력 2023-10-05 10:48  

캐나다 첫 원주민 출신 40대 주총리 탄생
랩퍼·방송인 '이색 이력'…음주 운전·폭행 전과 전력 논란도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에서 역대 처음으로 원주민 출신 주 총리가 탄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매니토바주 총선에서 와브 키뉴(41) 대표가 이끄는 신민주당(NDP)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며 승리, 키뉴 대표가 차기 주 총리로 정부를 이끌게 됐다.
NDP는 좌파 성향의 야당으로 주의회 의석 57석 중 34석을 획득, 현 보수 정부를 물리치고 7년 만에 정부를 탈환했다.
키뉴 대표는 지난 2016년 주 총선의 NDP 후보로 위니펙에 출마, 정계에 입문했고 1년 만에 당 대표에 올랐다.
캐나다 정치사에서 첫 원주민 출신 주 총리가 배출되자 언론·정계를 포함해 사회 각계가 모두 새 이정표가 기록됐다며 반겼다.
특히 그는 젊은 시절 랩 가수로 명성을 얻으면서 공영 CBC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했고 대학의 행정 운영을 맡아 일하는 등 다양한 이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음주 운전에 택시 운전사 폭행, 여자 친구 폭력 등 다수의 범죄 행각으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실제 이번 선거 기간에도 경쟁 보수 진영에서 그의 범죄 경력을 집중 공격, 선거 쟁점화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그는 원주민 출신 부친과 백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시절을 보냈다. 온타리오주 오니가밍 원주민 지역에서 자라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교외 부촌으로 이주해 성장기를 지냈다.
부모가 고등 교육을 받은데 이어 그 역시 사립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그의 부친은 어린 시절 악명 높은 원주민 기숙학교에 강제 입소돼 '성폭력'을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이 때문에 부친은 그에게 원주민 고유어를 익히도록 하고 원주민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청년 시절 랩 가수와 방송인 경력으로 위니펙 대학의 원주민 포용 프로그램 운영자로 발탁되기도 했다.
출신과 이력으로 독특한 지명도를 쌓게 되자 연방 및 주 정계에서 여러 갈래의 제의를 받았으나 2016년 정계 투신 경로로 NDP를 선택했다.
키뉴 대표는 이날 자신이 첫 원주민 출신 주 총리가 된 것은 캐나다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나를 보면 우리에게 진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과거 이력 논란에 대해서도 바로 자신의 과거사가 주 총리직에 도전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성공한 것은 생애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가의 문제에서 내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같은 메시지를 원주민 청년들에 전하고 싶다고 했다.
새 정부의 역점 정책으로 그는 보건 의료 분야의 혁신을 제시했다.
특히 연쇄 살인 사건의 희생자로 쓰레기 매립지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주민 여성 2명의 시신 발굴을 재개할 것을 약속했다
전임 정부는 이들의 시신 수색 작업을 도중에 중단, 원주민 사회의 거센 비난과 반발을 불렀으며 선거 기간 최대 쟁점으로 대립을 불렀다.
그의 선거 승리는 중부 평원 지역에 진보 정부가 들어서 동·서부에 걸쳐 보수 정부가 우세한 지형에 변화를 부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 정부가 지역 기반을 새로 확충, 지원을 얻는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현지 언론이 분석했다.
트뤼도 정부는 이날 원주민 여성 시신 발굴을 위한 매립지 수색에 연방 정부 기금 74만 캐나다달러(약 7억2천만원)를 지원, 타당성 조사를 도울 계획이라고 밝혀 키뉴 대표를 공개적으로 엄호했다.
jaey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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