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투명해야" 회계공시 시스템 개통…노동계는 강력 반발

입력 2023-10-05 15:59  

"노조 투명해야" 회계공시 시스템 개통…노동계는 강력 반발
정부 "국민 알권리 두텁게" vs 노동계 "조합원 알권리 이미 보장"
정부, 회계서류 비치 요구 이어 '회계공시 노조만 세액공제' 카드로 압박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정부가 노조의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며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을 개통했지만,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1일 노동포털 내에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이 구축됐다. 공시를 희망하는 노조나 산하조직은 이 시스템에 접속해 11월 30일까지 2022년도 결산결과를 등록할 수 있다.
노동부는 회계를 공시하지 않은 노조에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노조비 세액공제는 사실상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회계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 노동부 입장이다.
현행 제도는 노조비를 지정기부금으로 분류하며 납부한 금액의 15%를 세액에서 공제한다. 납부액이 1천만원을 넘으면 30%가 공제된다.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평균 월급이 352만6천원인데, 이 중 1%를 노조비로 납부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받는 세액공제 금액은 6만3천468원이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국민의 알 권리를 두텁게 보장한다는 이유로 '노조 회계 투명화'를 추진해왔다.
정부는 노조에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를 비치하도록 규정한 노조법 제14조, 정부 요구에 따라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할 의무를 규정한 같은 법 제27조를 들어 노조에 회계서류 비치·보존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 응하지 않은 노조는 현장 행정조사를 벌였고, 현장 행정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노조는 과태료를 부과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회계공시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는 노조에는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런 흐름에서 나온 후속 조치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이미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며, 이러한 요구들은 민주성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조치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회계서류 비치·보존 요구와 과태료 부과 등에는 이의나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정부가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 개통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다고 발표했을 때도 양대 노총은 논평을 내고 "연말정산을 앞두고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은 노동자 불만을 증폭시켜 노조를 옥죄고 총연합단체 탈퇴를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또한, 회계를 공시한 노조 조합원이더라도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은 사실상 '연좌제'라고 비판했다.
노동부가 지난달 15∼26일 회계공시 의무를 적용받는 상급단체와 산하 조직 673곳을 대상으로 여덟 차례에 걸쳐 사전 교육을 실시했을 때 참여한 노조는 84곳(12.5%)에 그쳤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회계를 공시한 노조도 '김포도시공사 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양양군청공무원노조', 'AACT 노조' 등 4곳뿐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사망,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 등으로 사회적 대화가 중단된 가운데, 회계공시를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안 그래도 얼어붙은 노정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기업에 대한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는 공시제도를 들이대며 소득공제 제외를 법 개정도 아닌 시행령을 통해 제도화하겠다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뻔하다"고 비판했다.
honk02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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