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서 양국 고위급 회담…마약·총기밀매 근절 방안 협의
美국토안보장관, 국경장벽 추가건설에 "前정부 때 결정된 예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다시 급증세를 보이는 중남미 서류미비(불법) 이민자 문제로 고심 중인 미국 정부가 멕시코에 국경 안보 유지를 위한 공조를 요청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마약·총기 밀매 등 근절을 위한 고위급 안보 회담 참석차 멕시코시티를 찾은 자리에서 현지 취재진에 "우리는 국경이 안전한지 확인하기를 원한다"며 "국경 안보 수준을 지속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계속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국경 안보는) 미국과 멕시코, 우리 중 누구도 홀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공동의 접근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멕시코 북부 미국 접경에 하루 최대 1만명 안팎이 도착할 정도로 늘어난 상황에 대해 멕시코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줄 것을 바라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해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과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멕시코에선 알리시아 바르세나 외교부 장관, 알레한드로 헤르츠 마네로 법무부 장관,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안보장관 등이 자리했다.
양국은 안보 의제와 관련한 우선순위가 미국 내 보건 위기를 초래한 합성 약물, 특히 이른바 '좀비 마약' 펜타닐의 유통을 억제하는 한편 멕시코 카르텔 폭력성을 가중하는 무기 밀수 근절에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멕시코 일간지 라호르나다는 보도했다.
로드리게스 멕시코 안보장관은 "아시아에서 들어오는 펜타닐 원료 물질 유입과 싸우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올해 2배 이상 늘렸다"며 "2천개의 마약 실험실(제조실)을 해체하는 한편 7.6t의 펜타닐을 압수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미국에서 국경장벽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한 것과 관련,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오늘 보고된 프로젝트는 2019년에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에서 승인된 것"이라며 "법은 관련 자금을 해당 목적에 따라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회담에 앞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예방하고, 당초 국경 장벽 설치에 부정적이었던 바이든 정부가 추가로 국경 장벽을 설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또 최근 멕시코 정부가 마약왕 '엘 차포'(호아킨 구스만)의 아들이자 치명적 마약 펜타닐 유통·밀매 조직 실권자인 오비디오 구스만을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한 것과 관련, "양국 간 강력한 공조의 상징적 결정"이라며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을 통해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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