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볼트포럼 별도전시장서 12일부터 한국유물특별전 '아리아리랑'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개관한 지 2년이 넘은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포럼 아시아예술박물관내 한국전시관의 전시 설명이 전혀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민주의 반성'을 기치로 내건 훔볼트포럼의 한국관은 개관 당시 극도로 협소하고 전시 유물도 우리 문화와 역사를 대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개관 이후 2년이 넘어 최근 찾은 한국관에는 전시물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일본의 식민주의적 시선을 재현했다고 비판받은 전시 설명도 그대로였다.
한국관 초입에 내걸린 전시설명에는 한국이 '도자기 공예의 나라'로 기술돼 있었다. 한국관 전시품은 도자기가 대부분이었으며, 일본 다도가들이 한국 도자기의 조형적 매력을 높이 평가하는 등 일본에서 경탄했기 때문에 한국 도자기가 박물관에 많이 유입됐다고 적혀있다.
또 일본이 임진왜란 당시 한국 도공들의 재능을 통해 득을 보기 위해 일본으로 끌고 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개관 당시 학자들은 식민주의적 시각에서 본 설명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시품과 수집경로에 대한 설명에서 한국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을 계속 언급해 식민주의적 시선과 관행이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였다.
매일 오후 2시에 20명 안팎 규모로 진행되는 아시아예술박물관 전시해설사 안내 투어에 최근 참가해보니 60여분의 안내 시간 중 50분에 가까이 인도관과 실크로드 관에 할애한 뒤 중국관, 일본관을 거쳐 한국관에 3분을 할애했다.
불교사상의 전파를 소개할 때 중국, 일본, 한국 순이라고 소개했다.
불교는 중국은 인도에서 1세기에, 한국은 중국에서 4세기에 일본은 한국에서 6세기에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관에서는 중앙 진열 박스에 든 청자 주전자 1점만이 소개됐다.
훔볼트포럼 한국관은 일본관이나 중국관의 10분의 1 규모인 60㎡ 규모로 열 걸음이면 관람이 끝날 정도로 협소하다. 한국관 중앙에 전시설명과 함께 전시된 진열장은 2개로, 재독도예가 이영재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진 것을 제외하면 실제 설명과 함께 전시된 유물은 고려시대 청자주전자 1점과 사발과 그릇 6점에 불과하다.
이 밖에 한쪽 벽면에 조선시대 동자승 석상 한 쌍이 전시됐고, 청자를 찍은 이재용 사진작가의 작품 '응시의 기억' 2점이 걸렸있던 맞은 편 벽면은 비어있었다.
훔볼트포럼은 지난해 10월 한국관을 전담할 큐레이터를 채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서다. 전담 큐레이터가 채용된지도 1년이 흘렀다.
양상근 주독일한국문화원장은 "훔볼트 포럼 측에 전시설명 교체를 요구했지만, 내주부터 훔볼트 포럼 내 별도 전시 공간에서 열리는 한국유물특별전 이후 전시 물품을 교체할 예정이어서 그 이후 전시설명 교체 여부가 검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국립중앙박물관은 함께 오는 12일부터 내년 3월까지 한국유물 특별전 아리아리랑 '닫힌 왕국에 대한 매혹'을 연다.
민속학 박물관에 소장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19세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유물 중 120점을 선별해 처음 선보인다. 조선시대 생활상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갓, 탈을 주로 선보이며, 국립중앙박물관이 대여한 조선시대 초상화 등 4점도 전시된다.
라스 크리스티안 코흐 베를린 훔볼트포럼 아시아예술·민속학 박물관장은 "일단 6개월간 특별전을 마친 뒤 한국관 앞 공간에 한국 관련 전시를 강화할 지 검토할 예정"이라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21세기 최대 문화 프로젝트로 꼽히는 훔볼트 포럼은 과거 제국주의를 상징하던 프로이센 왕궁을 재건한 건물에 들어선 복합공간으로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담아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 문화·예술을 전시하고 역사와 과학, 사회에 대한 토론장을 지향하는 한해 300만명이 찾는 명소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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