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 강서구 보증금 반환 위기가구 조사 결과
절반이 "주택관리 어려움 겪었다"…80% 이상 '신체·정신건강 악화' 호소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가구의 절반가량이 보증금 회수뿐 아니라 침수, 엘리베이터, 주택 화재보험 가입 등 주택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못 돌려준 집주인이 주택 관리에도 손을 놓으면서 세입자들이 이중고를 겪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고충센터는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임차가구 중 보증금 미반환 위기에 처한 239가구를 대면·설문·온라인 조사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49.4%는 보증금 미반환 피해 발생 이후 주택 화재보험 가입, 소방 관리자 지정, 엘리베이터 수리, 침수 예방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집주인의 공과금 미납으로 단전, 단수 위기에 처하거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는데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고충을 호소했다.
보증금 미반환 위기 가구의 대부분은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다.
응답자의 81.2%는 신체 건강이 나빠졌다고, 96.6%는 정신 건강이 나빠졌다고 각각 응답했다.
피해자들은 수면 장애, 이명, 탈모, 생리 불순, 위장 장애, 위 경련 등이 나타났다고 했고, 정신적으로는 무기력증, 우울증, 대인기피증, 공황 장애를 겪었다고 답했다. 파혼과 가정불화, 이혼을 겪은 응답자도 있었다.
한 20대 여성 응답자는 건강이 나빠졌는데도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해서 휴직할 수 없고, 부모님 퇴직금을 빌려 대출금을 갚고 있다고 밝혔다.
30대 남성 응답자는 결혼 계획이 불투명해졌고, 누구를 만나도 '이 사람도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도 응답자의 61.5%는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잘못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회의 인식, 피해자를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는 인식 등을 꼽았다.
보증금 위기가구의 99.6%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대책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정부 대책이 중점을 둔 경매 신청·유예 등 경매 관련 조처를 했다는 응답자는 10.5%, 정책대출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8.1%에 그쳤다.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8.6% 있었다.
전세사기 피해 신청 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물었더니 '피해 신청 이후 경과 안내 부족'(24.7%), '피해 신청 준비서류 마련 어려움'(20.7%), '결과 통보가 오래 걸림'(20.5%) 등의 응답이 나왔다.
조사를 진행한 민주당 전세사기 고충센터는 "정부가 보증금 위기 가구의 세부 실태를 파악해야 다양한 피해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응을 추진할 수 있다"며 전수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권지웅 고충센터장은 "전세사기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기존 대책에서 벗어나 피해자가 삶의 의지를 잃지 않도록 하는 대책 추진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에 나설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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