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서 인권운동가로 변신…에바디와 함께 인권수호자센터 운영 주도
"민주주의·평등·자유 성취할 때까지 계속 투쟁·희생해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나르게스 모하마디(51)는 이란의 대표적 여성 인권운동가이자 반정부 인사다.
지난 20여년 간 당국에 13차례나 체포될 정도로 탄압을 받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이란 여성에 대한 압제와 차별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을 이끌어왔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1972년 이란 서북부 잔잔에서 태어났다.
이맘호메이니국제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1990년대 당시 개혁 성향의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인권 운동에 투신했다.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76)가 이끄는 인권수호자 센터의 부회장을 맡으면서 사형제 폐지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고, 이란의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 수호를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22년 전 처음 체포된 모하마디는 이후 시간의 대부분을 이란의 인권 운동을 위한 불굴의 저항을 하며 감옥 안팎에서 보냈다.
지금까지 이란 당국에 13차례 체포되고 5차례 유죄 선고를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2021년 열린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뒤 현재까지 인권 침해로 악명높은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수감 중 별개의 사건으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 실형과 태형 등을 계속 받으면서 도합 31년의 징역형과 154대의 태형을 선고받았다고 베르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수감 중에도 인권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이란의 인권운동가 레자 모이니는 "감옥에서도 그는 자신의 의무를 잊지 않고 수감자들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교도소 내 상황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정기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1주기를 맞아 교도소 안에서 시위를 벌이며 다른 3명의 여성과 함께 히잡을 태웠다고 전했다.
지난해 병원 치료를 위해 임시 출소했을 때는 죄수들의 열악한 구금 상태와 독방 감금 등을 비난하는 책 '하얀 고문'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현재 17세인 쌍둥이 자녀를 만나지 못했고 최근 1년 반 이상은 교도소의 전화 통화 제한으로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자녀들과 함께 2012년부터 파리에서 난민 생활을 하는 그의 남편 타기 라흐마니는 "(모하마디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단호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하마디는 지난달 AF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는 쌍둥이 자녀 키아나와 알리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남편 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고통스러워했다.
모하마디는 "결혼 생활 24년 동안 우리는 5∼6년만 함께 살았을 뿐"이라며 "8살 때 헤어진 아이들과 함께 못하는 게 가장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문과 수감 생활은 물론 모든 후회와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으로 부서지는 마음이 투쟁의 대가"라면서도 "민주주의와 평등, 자유를 성취할 때까지 우리는 계속 투쟁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하마디는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도 "나를 더 많이 처벌하고 내게서 더 많은 것을 빼앗을수록 나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쟁취할 때까지 싸울 결심을 더욱 굳건히 한다"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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