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주민들 이스라엘 공습 피해 남쪽으로 피란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로 악명 높은 가자시티의 거리가 텅 비었다.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국경 반대 방향으로 피란길을 떠났다. 병원 영안실은 전사자의 시신과 통곡하는 가족들로 가득 찼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대규모 무력 충돌로 하루 만에 폐허가 된 가자시티의 참상을 전했다.
유대교 안식일이자 토요일인 이날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병원인 시파병원 영안실에는 이스라엘에서 돌아온 전사자들 시신이 끊임 없이 옮겨졌다. 오후가 되자 시신을 보관할 냉장고가 남지 않아 병원 바닥에 시신이 안치됐다. 그런데도 사망자와 부상자, 그들의 가족이 계속 몰려들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최소 232명이 숨지고 1천700명 가까운 주민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공습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에 주민들은 등교가 중단된 학교 건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슈퍼마켓과 빵집, 약국에는 사재기하는 발길이 이어져 진열대가 이미 텅 비었다.
해가 지자 대부분 지역이 어둠에 잠겼다. 일부 송전선이 끊겼고 자체 발전소 용량에도 한계가 있다. 주민들은 하루 4시간 이상 전력을 공급받지 못해 왔다고 가자지구 전력공급업체가 전했다.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 자녀를 태우고 피란길에 오른 자밀라 알 자닌(39)은 "아이들이 좌우를 둘러보며 공포에 질렸다. 모든 곳에서 폭발하고 굉음이 났다"고 전했다.
북부 국경지대에 사는 움 모하마드 아부 자라드(35)는 폭발음에 잠에서 깨보니 자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채 집에서 도망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남부의 아버지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그는 다섯 자녀와 함께 여러 차례 공습을 겪으며 살아왔지만 언제까지 이런 삶을 계속 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심리학자인 이스마엘 마헬은 2021년 5월 '11일 전쟁'에 이어 이번에도 아내와 여섯 자녀의 대피장소를 찾아봤지만 실패했다.
그는 "폭격과 공습, 집 근처에서 시신을 마주쳐야 했던 그때의 공포를 기억한다"며 "부상자와 시신을 보는 것 때문에 당시 우리가 경험한 정신적 고통이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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