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치 망명 승인…대만 도착 보름여 만에 성사"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대만 공항에서 체류하던 중국의 반체제 인사 천쓰밍(陳思明)이 캐나다로 망명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8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캐나다가 천쓰밍의 정치 망명을 승인했으며 그가 지난 5일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는 밴쿠버에 도착한 뒤 "중국에서 탈출해 무사히 캐나다로 망명할 수 있었던 것은 네티즌들의 관심과 국제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 친구들의 지지 덕분"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주의에 따라 신속하게 망명을 처리해준 대만과 캐나다 당국,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망명을 도와준 대만 인권 단체들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 7월 22일 중국을 탈출, 라오스로 갔으나 그곳에서 중국의 인권 변호사 루쓰웨이가 체포되자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 태국으로 넘어가 난민 지위를 얻었다.
그는 그러나 태국에서 이민 수용소에 수감될 것을 우려해 지난 9월 21일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뒤 경유지인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서 내려 환승장에 머물며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미국이나 캐나다로 정치적 망명이 이뤄지기를 원한다"며 "대만 당국이 나를 중국으로 송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그가 중국으로 송환되지 않고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요구해왔다.
천쓰밍의 제3국 망명은 대만에 온 지 불과 보름여 만의 짧은 기간에 성사됐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과거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싱롄과 옌보쥔은 4개월여간 대만의 공항에 머무는 등 9개월여를 기다린 끝에 캐나다로 망명할 수 있었다.
후난성 주저우시에 거주하던 천쓰밍은 매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발생일인 6월 4일 피켓을 들고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위를 벌이다 여러 차례 중국 당국에 체포되고 감시 대상 '블랙 리스트'에 오른 반체제 인사다.
그는 지난 5월 26일 X 계정에 "6월 4일이 다가온다. 보안 당국이 내일 밤부터 나와 함께 이 민감한 시기를 보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며칠 뒤 해외 민간 단체인 '인도(人道) 중국'의 왕젠훙 이사는 "천쓰밍이 해당 글을 삭제하라는 당국의 요구를 거절한 뒤 협박을 받았고 얼마 뒤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밝혔다.
p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