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30∼50% 리베이트로 챙겨…"리베이트 더 달라" 부하 협박도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한 지방도시에서 비리 연루 의료인 1천200여 명이 처벌돼 의료계에 만연한 부패를 실감케 했다고 현지 매체 남방주말이 10일 보도했다.
쓰촨성 이빈시 당국은 올 초부터 의료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에 나서 제6 인민병원의 장화산 서기 등 공립병원 최고 책임자 11명을 포함, 총 13명의 간부가 처벌받았다.
조사가 확대되자 1천100여 명이 자신의 비리를 자진 신고했고, 조사를 거쳐 1천200여 명이 징계 처분됐다.
장화산은 의약품과 의료 장비를 납품하는 의료업체 대표 10여 명에게 약품과 장비에 대해 600만 위안(약 11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의료 업체들은 이 대가로 3천만 위안(약 55억4천만원) 이상의 부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공립병원은 환자 수술비를 병원 계좌가 아닌 간호사 개인 계좌로 받아 빼돌렸고, 일부 간부는 해고하겠다고 위협하며 아랫사람들이 챙긴 리베이트 가운데 자신에게 더 많은 몫을 배분할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립병원들은 납품받는 약값의 30∼50%를 리베이트로 수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빈시 제5 인민병원의 전 서기 스쥔은 리베이트 등으로 부정 축재한 재산으로 포르쉐와 벤츠 등 고급 차량 8대를 굴리고 하이난 등에 부동산 7채를 장만했으며 현금 600만 위안을 보유하며 호화 생활을 누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빈시 상주인구는 461만명으로 쓰촨성 18개 시(市) 가운데 경제 규모가 13위인 작은 도시다.
네이장시와 더양시 등 쓰촨성 내 다른 도시의 의료계 간부들도 비리 문제로 줄줄이 낙마하는 등 의료계 부패는 비단 이빈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남방주말은 지적했다.
일례로 네이장시 쯔중현의 공립 중의원 류샤오핑 전 원장은 병원 건물을 신축하면서 5년간 공사를 수주할 때마다 '배당금' 명목으로 280만 위안(약 5억2천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재임 기간 총 2천만위안(37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누리꾼들은 "경제 규모가 작은 도시의 의료 비리가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오죽하겠느냐"며 "중국에서 가장 부패가 만연한 영역이 의료계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라고 개탄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산시성 시안시 제1병원의 의사들이 의료업체 대표들로부터 100위안짜리 돈다발을 뇌물로 챙기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언론에 공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중국 최고 사정 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올해 의료계에 대한 대대적인 부패 척결에 나서 지금까지 부패에 연루된 공립병원 원장과 서기 184명이 낙마했다.
이는 50명에 불과했던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배로 급증한 규모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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