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슈머 등 방중 美 상원의원단과 '마주 앉는' 대등한 형식에 메시지도 '화기애애'
(베이징·서울=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홍제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일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상원 의원단을 접견한 장면을 놓고 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현직에 있는 미국 고위인사와 직접 만난 것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7월 초에 방중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물론 8월에 중국을 찾은 존 케리 미국 정부 기후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과는 직접 만나지 않았다.
물론 시 주석이 지난 7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으로 초청해 면담한 적은 있다.
그러나 키신저 전 장관은 현재 미국 정부에서 맡고 있는 직책이 없는 데다 개인 자격으로 방중한 것이어서 의미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시 주석과 미국 상원 의원단 접견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도 주목된다.
시 주석은 6월 블링컨 장관 일행을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것을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면담했다. 미중 양국 외교대표단을 양쪽에 두고 지시하거나 격려하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미 상원의원단은 통상의 확대정상회의 형식으로 일렬로 마주 앉는 '대등한 방식'으로 접견했다.
시 주석 메시지도 양국 관계개선 의지를 밝히는데 무게를 실었다.
중미 관계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로 정의한 그는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1천 가지가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여러 대통령을 포함해 많이 이야기했다"며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넉 달 전 블링컨 장관과의 면담에서 시 주석이 "미국도 중국을 존중해야 하며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며 다소 날 선 발언을 했던 것과는 달리 미국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로 읽힐 만한 발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이 자신의 APEC 참석과 이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미국 측에 성의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국 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위기는 미국에서도 감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회담에 대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자 정상회담의 경우 의제 조율 등의 절차를 거쳐 당사국들이 동시에 일정을 발표하는 외교적 관례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개최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데에 외교가는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 모두 11월 APEC 계기 정상회담을 통해 양자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자신의 재선 가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기력이 떨어진 경제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진력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상대로 첨단 기술 접근을 막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는 미국과 관계 개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두 정상 간 회담이 성사된다면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 된다.
구체적인 회담 성사 여부와 의제는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왕이 주임과 경제 실무 사령탑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의 방미 등을 통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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