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스페인 지사 통해 행정소송 제기·항의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자사의 5세대(5G) 통신망 사업 참여를 차단한 스페인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5억 유로(약 7천130억원)가 투입되는 자국의 지역 5G 네트워크 개발 사업에 화웨이를 배제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화웨이는 자사의 스페인 지사를 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는 스페인 정부의 해당 조치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최상의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방해한다면서 재고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 6월 16일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EU 모든 회원국을 향해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ZTE 장비 사용을 금지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당시 브르통 집행위원은 지난 2020년 집행위가 내놓은 5G 통신망에서 '고위험 공급자' 배제 가이드라인을 이행한 국가가 27개 회원국 중 10개국에 그친다면서 "속도가 너무 느리고 이는 중대 안보 위험을 제기한다"는 말로 화웨이·ZTE 사용 금지의 이유를 댔다.
그는 그러면서 통신서비스 관련 역내 공공입찰 시 화웨이와 ZTE 참여를 금지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으며, 스페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 지침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 네트워크용 중국 장비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국가들로 꼽힌다. 유럽의 통신 컨설팅기업 스트랜드 컨설트의 보고서를 보면 2022년 12월 현재 독일과 스페인의 네트워크용 중국 장비 사용률이 각각 59%, 38%로 프랑스(17%) 등을 능가한다.
미국은 2019년 5월부터 화웨이를 겨냥해 5G용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돼 미국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봤다.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봉쇄'가 본격화됐다.
일각에선 EU가 지난달 13일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예고를 한 데 이어 지난 3일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스페인 정부의 이번 조치가 디리스킹(위험 제거)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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