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유경준 "文정부 통계 조작으로 부담금 1조원 늘었다"
野 홍기원 "KB통계가 옳은 것 아냐…하락기엔 실거래가 덜 반영" 반박
원희룡 "신뢰할 수 있는 통계에 근거해야"…부담금 산출 개편하나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산출에 한국부동산원이 아닌 민간 통계를 활용하면 전체 부담금이 1조원 가까이 낮아진다는 추산 결과가 나왔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통계 조작으로 주택 가격 변동률을 낮게 만들어 전국 24개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내지 않아도 될 부담금 약 1조원을 더 내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이 부동산원에서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검증보고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은 51개 단지의 부담금은 총 1조8천600억원이었다.
이는 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변동률을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그러나 KB국민은행 통계를 적용하면 부담금은 9천600억원으로 낮아진다.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분 일부를 조합이 정부에 내는 것이다. 재건축 종료 시점 주택가액(준공 시 집값)에서 재건축 개시 시점의 주택가액과 개발 비용을 제외한 뒤 정상 집값 상승분(정기예금 이자율 또는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 중 높은 비율 선택)을 빼 산출한다.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낮을수록 부담금을 더 많이 내는 구조다.
민간 통계보다 집값 상승률이 더 낮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원 통계를 사용하면 재건축 부담금이 크게 늘게 된다고 유 의원은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부동산원 통계로는 1인당 2억6천2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KB 통계로는 50만원이 부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원 통계상 집값 변동률이 47.76%, KB 통계는 163.14%로 차이가 나는 데 기인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는 부동산원 통계에 따라 가구당 3억4천7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KB 통계를 활용하면 내야 할 부담금이 없어진다. 이 역시 부동산원 통계의 집값 상승률이 44.39%, KB 통계는 133.75%로 차이가 크다.
유 의원이 "재건축 부담금 산정에 사용되는 통계가 조작됐다면 다시 산정해야 하는데, 방법이 있느냐"고 묻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 부담금 산출식의) 정상 집값 상승분은 신뢰할 수 있는 통계에 근거해야 부담하는 국민이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그 내용에 따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증여세 역시 재건축 부담금처럼 주택 가격이 적게 오를수록 많이 내는 구조다. 증여 재산의 현재가액에서 취득가액과 부동산원의 주택 가격 통계를 적용한 가치 상승분을 빼 산출하기 때문이다.
증여세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원 장관은 "문제의 심각성을 저희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통계에 따라 부담금 차이가 커진다는 유 의원 주장에 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KB통계는 옳다'는 것을 전제로 둔 주장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KB 통계는 집값 상승기에 부동산원 통계보다 기민하게 움직이지만, 집값 하락기에는 실거래가를 덜 반영해 뒤늦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집값 통계 조작이 문제가 되는 건 주간 통계인데, 재건축 부담금은 월간 통계, 실거래가격지수 등 여러 지수를 포함해 산정하는 주택 가격 상승률을 기초로 한다"면서 "이를 과대 포장해 주택 소유자가 엄청나게 큰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건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 "통계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자신의 이념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정당화된다는 비뚤어진 확신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주의 근본을 허물고 국가 존재 이유를 흔드는, 다시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실제 체감과 동떨어져 '집값 잘 잡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놀랐는데, 그 자신감이 조작에 기초한 자신감이었다는 것에 국민들은 허탈할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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