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둔화해 매수 기회" 주장도
피치 "美 등급 강등으로 정크본드가 세계 국채 시장 주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최근 진정되긴 했지만 미국 국채 매도세가 아주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FX리서치 책임자는 이날 국채 시장 개장 전 채권 수익률 곡선에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이 나타났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사라벨로스 책임자는 "현 베어 스티프닝은 5주 연속 계속돼 이미 최소 20년 만에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어 스티프닝은 채권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에 따라 장기 국채 금리가 단기 국채에 비해 빠르게 상승해 금리차가 벌어지는 현상이다. 반대로 단기 금리가 더 급격히 하락할 때는 '불(bull) 스티프닝'이라고 부른다.
사라벨로스 책임자는 베어 스티프닝이 다른 현상으로 바뀔 위험이 있다면서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 결정 회의 때 시사한 것보다 금리를 더 높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하나는 추가 금리 인상 대신 고금리를 더 지속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 연준 인사들은 최근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미 국채 금리는 최근 급등세를 탔지만,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 등의 영향으로 하락하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한때 12.9bp(1bp=0.01%포인트) 내린 4.654%를 기록했는데, 지난 8월 23일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반면에 국채 가격이 상승(수익률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채 매수 기회라는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월밍턴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관측을 내놨다.
그는 인플레이션 둔화 징후와 관련해 "일자리 증가가 강해 보이는 가운데 임금 상승이 더디고 사람들이 저축에서 돈을 꺼내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달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뒤 세계 국채 시장은 처음으로 정크본드(저신용도 채권)가 지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피치에 따르면 33조달러(약 4경4천조원) 규모 미 국채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서 세계 AAA 등급의 국채 규모가 5조달러로 줄어 비중도 40% 이상에서 6%로 줄었다.
피치가 최고등급인 AAA를 유지하는 국가는 호주와 독일, 싱가포르, 스위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anfou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