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정치권·여론 단합, 정부에 유리
"승전해도 기습허용 책임 피하기 어려워"…일각 총리 사임 주장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 충격에 이스라엘 정치권과 여론이 단합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일단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습공격을 허용, 막대한 인명피해를 초래한 '안보 실패' 책임을 고려하면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작년 12월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의 초강경 우파 정부는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사법 개편 입법을 강행하면서 격렬한 시위와 야권의 반발,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하지만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 측 사망자가 1천200명을 넘기는 등 1973년 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 이후 최악의 피해에 네타냐후 총리와 대립하던 야권도 전시 연정에 참여할 뜻을 밝히며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야권을 대표하는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와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수장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전시 연정 참여를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 사법 개편에 반대해 대규모로 복무 거부 선언을 했던 예비역들도 속속 부대에 복귀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단합한 모습이다.
야당 국가통합당의 제에브 엘킨 의원은 "그(네타냐후)는 총리다. 우리는 의견 차이가 크지만, 전시에는 이 모든 것을 뒤로 제쳐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이스라엘에서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유대인 학살'이라고 불리는 사태가 이미 벌어진 점을 고려하면, 네타냐후 정권의 중장기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 전기를 펴낸 작가 마잘 무알렘은 "그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이미 일어났다"며 "그는 업무에 태만했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악몽이 현실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군과 정보당국 등 정부 기관들이 무능을 드러냈다는 인식이 이스라엘 국민 사이에서 강해졌다.
심지어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층에서조차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12월 집권 이후 밀어붙인 사법 개편 정책과 논란이 많은 극우파 인사들의 각료 기용 등은 이제 이스라엘을 분열시키고 정부의 자금과 집중력을 안보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심지어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적대시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경고에도 야당의 주장일 뿐이라며 무시하기도 했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가 당장은 총리직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지만, 2013∼2016년 네타냐후 총리 밑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모셰 아얄론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네타냐후 총리가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 언론인 아미트 세갈도 NYT에 네타냐후 총리가 시스템 실패의 책임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그가 정치적으로 살아남기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령 앞으로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피해를 일부 복구할 수 있을 뿐이며, 압도적 승리도 최초의 실패를 지우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NYT는 관측했다.
이스라엘 역사를 살펴봐도 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이번처럼 기습을 당했어도 잘 반격해 선방으로 마무리했지만, 결국 골다 메이어 총리와 모세 다얀 국방장관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것이다.
세갈은 "성공적이지 못한 전쟁은 정권 교체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스라엘 역사가 보여준다"며 "이스라엘 역사를 보면 앞으로 다가올 일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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