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총리가 미국의 제재 대상 기업을 찾아 디지털 경제 혁명을 촉구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 8일 저장성 기업을 시찰하면서 2019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세계 최대 감시장비 제조업체인 하이크비전(Hikvision·海康威視)도 찾았다.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하이크비전은 폐쇄회로TV(CCTV)를 비롯한 영상 감시장비를 생산한다.
이 회사는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위구르족 활동을 감시하는 장비를 중국 당국에 공급한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 기업이 됐다.
이후 미국은 올해 이 회사의 자회사 5곳을 블랙리스트에 추가로 올렸다.
영국 정부도 지난 6월 중국과 관련한 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민감한 국가 시설에서 중국산 감시 장비를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어느 기업의 감시 장비가 문제인지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하이크비전과 다후아 테크놀로지 등의 업체가 만든 CCTV가 대상일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리 총리는 하이크비전 본사를 찾은 자리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리 총리는 "디지털 경제의 전망이 밝다"며 "하이크비전은 핵심 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분투하고 산업 선두 주자로서 작은 산업 주자들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고품질 성장을 추구하는 데 있어 디지털 경제에는 새로운 동력과 이점이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또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이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인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제조하는 세미트로닉스도 찾아 "전체 공급망의 발전을 추구해 자립도와 독자적 통제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중국의 컴퓨팅 인프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SCMP는 "중국이 경제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에 집중하고 있지만 많은 첨단 분야에서 미국과 동맹의 제약 노력에 직면한 상황에서 리 총리의 이번 시찰이 이뤄졌다"며 "이는 중국의 디지털 전환을 촉구하는 최고위층의 가장 강력한 요구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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