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바이든의 줄타기 행보…"이스라엘 지지와 중동전쟁 회피 사이"

입력 2023-10-11 17:26   수정 2023-10-11 17:30

[이·팔 전쟁] 바이든의 줄타기 행보…"이스라엘 지지와 중동전쟁 회피 사이"
이스라엘 반격 지지하면서도 '민간인 공격금지' 국제법 강조
가자지구 대량 인명피해시 이란 등 개입 중동전쟁 비화 우려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권을 인정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금지한 전시 국제법을 강조하는 등 일정한 선을 긋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에서 어떻게 미국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미국의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을 지원할 것이냐는 난제와 씨름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첫해인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등 중동 등 세계 각지에 파병된 미군을 줄이면서 중국과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작년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군 차원에서 직접 개입하지는 않으면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통해 러시아를 억제하는 '줄타기'를 해왔다.
이번에는 하마스의 대대적인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다 민간인 살상·납치 등 잔학 행위까지 확인되자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보복을 '인정'해주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 연설을 통해 "세계의 모든 나라처럼 이스라엘은 대응할 권리가 있으며, 사실 이런 사악한 공격에 대응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소개하며 "나는 만약 미국이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일을 겪는다면 우리의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하고, 압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군사적 반격권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연설에서 미 해군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로 이미 이동 배치한 데 이어 헤즈볼라와 이란 등의 개입 시도를 막기 위해 2번째 항모전단을 보낼 것이라고 공개했다.
미국은 또 탄약과 요격무기 등을 제공하고 미 특수전사령부가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에 정보를 지원하는 등 추가적인 군사자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자신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미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법의 지배에 따라 행동할 때 얼마나 더 강하고 안전한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테러리스트들은 고의로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살해하지만, 우리는 전시 법률을 옹호한다"며 "그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쟁 중 민간인 살상을 금지하는 국제법을 거론함으로써 이스라엘의 군사 보복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인명 피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으로 대규모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해 아랍권 전반에서 반미 여론이 거세지고 이란 등이 개입해 본격적인 중동 전쟁으로 비화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는 뜻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보복 작전에 거의 '그린 라이트'를 줬지만, 이런 '강력한 대응'이 오히려 하마스의 손에 놀아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하마스가 이번에 이스라엘의 군사·기간 시설이 아닌 민간인 등을 주로 겨냥한 것은 이스라엘의 초강경 군사 공격을 유발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보스턴 칼리지의 테러리즘 전문가 피터 크라우스는 "민간인을 공격하고 인질로 납치하기로 한 하마스의 결정은 냉혹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 강력한 보복에 나서도록 해 세계 여론이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게 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정치학자 맥스 에이브럼스도 WP에 하마스의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짓밟도록 도발하고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복수심과 하마스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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