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신문고 DB 분석해 생활밀착형 형벌규정 개선 과제 발굴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앞으로 거리에 신고하지 않은 입간판 등을 내걸어도 벌금 대신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정부가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추진한다.
광고물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중요한 영업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해 안전성·경관을 심각하게 해치지 않는다면 행정제재로 규율하는 게 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법제처가 참여하는 '경제 형벌규정 개선 태스크포스'(이하 TF)는 12일 이런 내용의 '경제 형벌규정 3차 개선 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3차 과제에서 기재부는 국민권익위원회와 협업으로 국민신문고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이 직접 민원을 제기한 생활밀착형 규정을 집중적으로 발굴했다.
'형벌, 징역, 벌금' 등 형량 키워드와 '소상공인, 자영업, 가게' 등 업종 키워드, '불만, 부담, 생계, 애로' 등 고충 키워드를 설정하고 알고리즘으로 관련된 민원 2만 건을 추려 확인했다.
도시지역 등에 미신고 광고물을 표시한 자를 벌금 500만원에 처하도록 한 옥외광고물법 18조 2항이 대표적이다. TF는 이를 과태료 500만원 이하로 개정할 방침이다.
정당 또는 정치인 관련 광고물은 현행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과제와 무관하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제한상영가 영화를 관람할 수 없는 청소년을 입장시킨 경우 처벌하는 영화비디오법 조항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발굴됐다.
TF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규정을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로 개정할 계획이다.
법제처의 법령입안심사기준에 근거해 행정적 의무 위반 사항인데도 과도하게 형벌로 규율되는 15개 규정, 법무부의 대검찰청 DB 분석으로 최근 5년간 입건 사례가 없는 사문화된 10개 규정 등을 포함해 모두 46개 규정이 이번 과제에 담겼다.
종합금융회사, 자금중개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자를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3천만원 이하로 처벌하는 자본시장법 조항은 1억원 이하 과태료 부과의 행정제재로 전환한다.
TF 관계자는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사실 자체만으로 위법 사실이 있다고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선원법의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시간외수당에 갈음한 유급휴가를 지급하지 않은 선박소유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데 TF는 형량을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대신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키로 했다.
퇴직금 지급, 유급휴가 위반에 대해 근로기준법과 같이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TF는 법제처를 중심으로 3차 과제 일괄 개정 절차를 시작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4차 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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