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1위' 후보, FTA에 정책적 반감…"자국 산업 보호가 우선"
현재 여론조사에선 '본선 2위' 후보가 앞서…당선시 문제없을 듯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오는 1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남미 에콰도르 대선 결과가 한국·에콰도르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과의 무역협정에 대한 후보 간 정책적 시각차 때문이다.
현재로선 협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최종 투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에콰도르 대통령실과 외교부 보도자료,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과 에콰도르는 전날(한국 기준 11일) FTA의 일종인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협상 타결을 공표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에콰도르 정부에서 '가서명' 또는 '사전 서명'이라는 표현을 쓴 이번 절차는 공식 서명에 앞서 협정문의 무결성과 정확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진행했다.
향후 양국은 현재 영어로만 작성된 협정문을 한국어 및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작업과 더불어 비준을 위한 프로세스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에콰도르 당국은 밝혔다.
기예르모 라소(67) 에콰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에콰도르에 무척 좋은 날"이라며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에콰도르 전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썼다.
대통령실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한국과의 SECA를 '무역과 상업적 측면에서 새로운 이정표'라며 환영했다.
에콰도르는 전체 품목의 92.8%의 관세를 철폐하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예고했다.
특히 바나나를 비롯한 농수산물, 커피, 유제품 등 비석유 부문에서의 27%대의 대한(對韓) 수출 증가를 예상했다.
다만, 에콰도르에는 최종 비준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
오는 15일 대선 결과와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SECA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결선에서 맞붙은 두 후보의 경제정책 공약을 살펴보면 외국과의 대외무역에 대해 시각이 판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1차 본선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성향 루이사 곤살레스(45) 후보는 자국 산업 보호라는 측면에서 자유무역협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그는 TV 토론과 현지 매체 엘우니베르소와의 인터뷰 등에서 "고전적인 양국 투자 조약이 포함된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런 노선은 곤살레스의 '정치적 고문'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2007∼2017년 재임)의 국정운영 방향과도 일치한다.
코레아 전 대통령 역시 과거 미국과의 FTA 등에 대해 "선진국에만 유리하다. 우리나라에는 엄청난 위험 요소"라고 논평한 적 있다.
반면, 중도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니엘 노보아 아신(35) 후보는 외국기업 유치를 통한 국내 산업 활성화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울 정도로 시장 개방에 적극적이다. 세금 감면을 통한 투자 촉진 등 '친기업' 정책도 발표했다.
이는 그의 개인적 이력에서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과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노보아 아신은 바나나 재벌가 출신으로, 수출입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로는 노보아 아신 후보가 곤살레스 후보를 앞지르고 있다고 엘우니베르소는 보도했다. 결선에서도 그대로 결과가 반영된다면, 한국과의 SECA 비준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곤살레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절차 진행이 더뎌지는 등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아예 라소 정부가 올 연말 정권 교체 전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앞서 다니엘 레가르다 생산통상투자수산부 장관은 지난 달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현 정부에서 SECA 비준을 위한 헌법재판소 의견요청 절차 진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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