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규모 1천550명에 총 1천800억원"…통일교 측 "해산명령 사유 아니다" 반발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12일 고액 헌금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살해범이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문제 등을 범행 동기라고 주장한 뒤 정부가 약 1년간의 조사 끝에 해산명령을 청구하기로 하면서 법원에서 해산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은 이날 종교인과 법학자 등이 참가한 종교법인심의회 뒤 기자회견을 열고 "심의회가 만장일치로 정부의 해산명령 청구를 양해했다"면서 "13일 이후 준비가 되는 대로 (해산명령 청구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조사결과 가정연합과 관련한 피해 규모가 약 1천550명에 손해배상액 등 총 204억엔(약 1천8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모리야마 문부과학상은 이에 앞서 심의회 모두 발언에서 "(심의회가) 약 1년간 신중한 의논을 거듭해줬다"며 "그동안 문화청은 심의회에 자문한 '보고징수·질문권' 행사와 170명이 넘는 (가정연합) 피해자 등에 대한 공청회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 정밀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관 부처로서 이 결과를 토대로 종교법인법에 바탕을 둔 해산명령을 청구할 것"이라며 심의회에 의견을 구했다.
일본 정부는 13일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현지 방송 NHK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이후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등이 문제가 되자 지난해 11월부터 질문권을 행사했다.
일본 정부가 종교법인법의 질문권을 활용해 종교 단체를 조사한 것은 최초였다.
가정연합은 특정 물건을 사면 악령을 제거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믿게 해서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이른바 '영감상법'(靈感商法)과 고액 헌금 등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문부과학성은 그동안 7차례 질문권을 행사해 교단의 거액 헌금이나 해외 송금, 조직 운영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일본 정부는 입수한 자료와 증언을 조사한 결과 해산명령 청구 요건인 조직성, 악질성, 계속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갖춰진 것으로 판단했다.
가정연합 측은 교단 활동이 해산명령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반발했다.
가정연합 신자 5만3천여명은 전날 정부에 해산명령을 청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일본 정부가 해산명령을 청구하면 법원은 문부과학성과 가정연합으로부터 의견을 들은 후 해산명령을 내릴지 판단하게 된다.
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면 고등재판소(고등법원)나 최고재판소(대법원)까지 법적인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
해산명령이 확정돼도 종교상 행위가 금지되지 않고 임의 종교단체로서 존속할 수 있다. 그러나 교단은 종교법인격을 상실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과거 법령 위반을 이유로 해산명령이 확정된 종교법인은 1995년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개 단체가 있다.
다만 과거 해산명령이 확정된 2개 단체는 교단 간부가 형사 사건에 연루된 경우로, 민법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사례는 없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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