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 재벌, '하마스 두둔' 반발해 하버드 이사 사임

입력 2023-10-13 20:56  

[이·팔 전쟁] 이스라엘 재벌, '하마스 두둔' 반발해 하버드 이사 사임
"학교당국 미온 대응" 비난하며 케네디스쿨에서 손떼
낙태·이민·총기·기후 이어 대선 앞 보혁갈등 새 전선 출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미국 명문 하버드대학 학생들이 옹호하고 나서자 이스라엘 억만장자가 하버드대 산하 대학원 이사직을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12일(현지시간) 히브리어 뉴스 사이트 '더마커'를 인용, 이스라엘 최대 거부 중 한 명인 해운·화학 재벌 이단 오퍼와 아내 바티아가 하버드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 이사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이스라엘을 비난한 학생조직들의 서한을 규탄하지 않은 (클로딘 게이) 총장의 충격적이고 둔감한 대응에 대한 항의로 사임을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하버드대 30여개 학생 모임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후인 7일 "이스라엘 정권이 이번 폭력 사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20년 넘게 사실상의 '감옥'에 갇혀 살게 했다면서 "이런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벌어진 게 아니다. 비난받아야 할 것은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정권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에 침투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민간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무차별로 살해·납치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발표된 이 성명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이 커지자 하버드대는 9일 성명을 냈으나 하마스를 직접적으로 규탄하지는 않았고, 몇몇 하버드대 동문 정치인과 래리 서머스 전 총장은 학교 측의 미온적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게이 총장은 10일 두번째 성명을 내고 "최근 수일간의 사건들은 지속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으며, 내가 하마스가 자행한 테러와 잔혹행위를 규탄한다는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지역의 오랜 분쟁의 원인에 대한 개인적 관점이 어떻든 그런 비인간적 행위는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스라엘인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미온적 입장 표명에 불과했던 듯 보인다.
실제,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하버드대에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서명한 학생모임 출신자들의 명단 제공을 요구하면서 이들을 결코 채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에 공감하는 10여개 기업 경영자들도 마찬가지로 '취업 블랙리스트'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성명에 서명했던 학생모임 중 일부는 지지 입장을 철회했고, 일부 모임에선 임원들이 줄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뉴욕대에서도 로스쿨 학생회장이 취직이 결정됐던 로펌으로부터 채용 취소 통보를 받고 학생회로부터 탄핵 절차를 밟는 상황이 전개됐다.
일각에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둘러싼 갈등이 낙태, 불법이민, 총기규제, 기후대응, 미성년자 성전환 등 논쟁적 현안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미국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간의 대립에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진보 성향 지식인을 다수 배출한다는 이유로 보수진영의 공격 대상이 돼 온 하버드와 뉴욕대 학생들이 민간인 학살마저 옹호하는 퇴행적 행태를 보였다며 보수 측이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이 확실시돼서다.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둔 가운데 현 이스라엘 정부의 극우 정책과 팔레스타인 주민 처우 문제를 비판해 온 미국 민주당도 입장이 복잡해졌다. 반면 공화당은 이스라엘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여왔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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