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의뢰 'LH 기능·조직 연구'…"취업심사 대상 기업 기준, 자본금 2억으로"
"미공개 정보 이용시 배우자·직계존비속도 조사대상으로"
"토지·주거 분리 대신 본연 역할 강화해야…국민주거혁신실 설치"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이른바 'LH 이권 카르텔' 근절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자가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기관을 '자본금 2억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LH 퇴직자와 임직원 간 사적 접촉을 1년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LH의 역할 설정과 기능·조직 정비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6개월간 용역을 수행한 삼일회계법인은 '미래지향적 LH 기능 및 조직 설계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LH 조직 및 기능과 관련한 다른 연구용역이 '철근 누락 사태'로 중단된 상황에서 가장 최근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LH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에 이 같은 용역 결과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16일 해당 보고서를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했다.
보고서는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LH 퇴직자 재취업 제한 강화' 필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LH 퇴직자 취업 심사 대상 기업·기관의 자본금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2억원'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 중 자본금이 10억원 이상인 기업은 2020년 기준 전체 109개 중 28개(25%)에 불과하지만, 이를 2억원 이상으로 하면 100개(91%)로 확대된다.
보고서는 또 퇴직 전 5년간 담당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 3년간 취업을 못하도록 한 현행 규정에서 '퇴직 전 5년간'이라는 표현을 삭제할 것도 권고했다.
동시에 LH법 개정 등을 통해 LH 퇴직자가 퇴직 후 1년간 임직원과 사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원천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도 제안했다. 미국도 이러한 퇴직자의 접촉금지 의무가 있다고 한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에는 별도의 취업제한은 없어 접촉금지 신설 시 이중 규제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내부 정보를 활용한 LH 직원들의 땅 투기 차단 등을 위해서는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조사 대상을 현행 임직원에서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까지, 조사 범위를 사업지구에서 사업 주변지구까지 각각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또 조사 시 임직원이 제출한 자료가 아닌 정부 전산상 거래 자료를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실장으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부동산 거래 조사뿐 아니라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서도 감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고서는 LH 조직 개편과 관련해 ▲ 현 체계 유지 속 기능 조정 ▲ 현 체계 유지 속 책임사업부제 도입 ▲ 토지·주택 부문과 주거복지 부문의 수평 내지 수직 분리 등의 3가지 방안을 거론했다.
보고서는 조직 분리 시 일관성 있는 사업 추진 단절 등 문제점이 있다고 짚으면서 현 조직 체계를 유지하되, 주거 안정 실현이라는 본연의 역할 강화를 통해 주택 공급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조직 개편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민주거혁신실' 설치를 통한 주거복지 역량 제고, 항만재개발과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등 비핵심 기능 정리 및 이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강화 등 세부 과제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상혁 의원은 "LH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주택공급·주거복지라는 본연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다"며 "따라서 국토부는 LH 조직 분리에 매달리지 말고 전관예우 근절, 국민주거혁신실 설치 등을 통해 공공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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