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물결 속 에콰도르 민심은 우파 선택…치안강화 0순위
노보아, 임기 1년여 불과…빈곤 퇴치 등 경제 살리기도 우선 과제
친기업 성향 뚜렷 평가…시장개방 유지하며 對美·對中교역 강화 전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남미 주요국에서 '좌파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에콰도르의 민심은 국정 운영의 키를 다시 한번 중도우파의 손에 맡겼다.
이번 선거는 탄핵 위기에 몰린 현직 대통령의 조기 퇴진 결정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가져온 보궐선거였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의 임기는 1년여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한계 속에서 차기 대통령은 마약 갱단이 활개 치며 초래한 치안 불안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살리는 등 국가 시스템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 정계 진출 2년 만에 대권 거머쥔 중도우파 '신성'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 결선 투표에서 '본선투표 1위'였던 좌파 성향 루이사 곤살레스(45) 후보를 제친 다니엘 노보아 아신(35) 당선인은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신예 정치인이다.
그가 정식으로 정치 무대에 등판한 건 불과 2년 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다. 그 이전엔 바나나로 부를 일군 기업가 집안 출신의 '금수저 2세 경영인'으로서 길을 걸어왔다.
짧은 정치 이력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바람'을 바라는 유권자의 열망과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1차 투표를 몇 주 앞둔 때까지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노보아 후보는 몇 차례의 유세와 TV 토론을 계기로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냈다고 현지 일간지 엘우니베르소는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25%가량은 18∼29세였다.
결선 라이벌이었던 곤살레스 후보가 각종 부패 혐의를 받다 벨기에로 망명한 라파엘 코레아(60) 최측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반(反) 코레아 정서'에 따른 반사 이익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반부패'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선거에 나섰다 1차 투표 전에 피살된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 측의 표심을 노보아 후보가 일부 흡수한 것으로 현지 매체는 보고 있다.
"적어도 코레아 정권 때엔 지금처럼 치안이 엉망은 아니었다"며 우파 성향 현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좌파 성향의 곤살레스 후보는 1차 투표 이후 지지세력 확장에 실패하며 결국 고배를 마셨다.
◇ 짧은 임기에 과제는 산적해 있어…공약 0순위는 '폭력 척결'
인구 1천800만명의 에콰도르 국정을 책임지게 된 노보아 당선인에겐 결정적인 제약이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에 불과하다는 게 그것이다.
이번 대선은 국회 탄핵 시도에 맞서 조기 퇴진 카드를 꺼낸 기예르모 라소(67) 현 대통령의 남은 임기(2025년 5월)를 채우기 위한 보궐선거 성격으로 치러졌다. 원래 에콰도르 대통령 임기는 4년이다.
대통령 취임 날짜도 미정이다. 1차 투표 당시 해외선거구 전자투표 파행 사태로 재투표를 치르게 되면서, 관련 절차 진행상의 이유로 신정부 출범일은 애초 11월에서 12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방송 '에콰도르 TV'는 보도했다.
반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현재 에콰도르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외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하게 할 만큼 폭증한 강력 범죄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찾지 못하는 경제난 등에 집중돼 있다.
특히 교도소 폭동과 도심 한복판 납치·살해 등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폭력 사태에 대한 사회 불안은 지난 8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비야비센시오 피살로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노보아 당선인 역시 각종 유세에서 폭력 척결을 '0순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27%에 달할 정도(유니세프 통계)로 빈곤층이 확산하는 점도 새 정부엔 커다란 숙제다.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 발전도 에콰도르 새 정부엔 도전이다.
에콰도르의 빈곤율은 30%에 육박하며, 인구 20% 이상이 실직 상태이거나 비정규직 업무를 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친기업 성향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 노보아 당선인은 현 라소 정부와 비슷한 기조로 시장 개방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외국기업 유치를 통한 국내 산업 활성화를 내세운 바 있다.
최근 협상 타결을 공표한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비준 절차에도 큰 장애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공식 체결한 에콰도르는 전통의 우방으로 꼽는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과의 교역도 지속해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에콰도르는 2000년부터 달러를 공식 화폐로 사용할 만큼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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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아, 임기 1년여 불과…빈곤 퇴치 등 경제 살리기도 우선 과제
친기업 성향 뚜렷 평가…시장개방 유지하며 對美·對中교역 강화 전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남미 주요국에서 '좌파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에콰도르의 민심은 국정 운영의 키를 다시 한번 중도우파의 손에 맡겼다.
이번 선거는 탄핵 위기에 몰린 현직 대통령의 조기 퇴진 결정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가져온 보궐선거였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의 임기는 1년여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한계 속에서 차기 대통령은 마약 갱단이 활개 치며 초래한 치안 불안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살리는 등 국가 시스템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 정계 진출 2년 만에 대권 거머쥔 중도우파 '신성'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 결선 투표에서 '본선투표 1위'였던 좌파 성향 루이사 곤살레스(45) 후보를 제친 다니엘 노보아 아신(35) 당선인은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신예 정치인이다.
그가 정식으로 정치 무대에 등판한 건 불과 2년 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다. 그 이전엔 바나나로 부를 일군 기업가 집안 출신의 '금수저 2세 경영인'으로서 길을 걸어왔다.
짧은 정치 이력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바람'을 바라는 유권자의 열망과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1차 투표를 몇 주 앞둔 때까지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노보아 후보는 몇 차례의 유세와 TV 토론을 계기로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냈다고 현지 일간지 엘우니베르소는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25%가량은 18∼29세였다.
결선 라이벌이었던 곤살레스 후보가 각종 부패 혐의를 받다 벨기에로 망명한 라파엘 코레아(60) 최측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반(反) 코레아 정서'에 따른 반사 이익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반부패'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선거에 나섰다 1차 투표 전에 피살된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 측의 표심을 노보아 후보가 일부 흡수한 것으로 현지 매체는 보고 있다.
"적어도 코레아 정권 때엔 지금처럼 치안이 엉망은 아니었다"며 우파 성향 현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좌파 성향의 곤살레스 후보는 1차 투표 이후 지지세력 확장에 실패하며 결국 고배를 마셨다.
◇ 짧은 임기에 과제는 산적해 있어…공약 0순위는 '폭력 척결'
인구 1천800만명의 에콰도르 국정을 책임지게 된 노보아 당선인에겐 결정적인 제약이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에 불과하다는 게 그것이다.
이번 대선은 국회 탄핵 시도에 맞서 조기 퇴진 카드를 꺼낸 기예르모 라소(67) 현 대통령의 남은 임기(2025년 5월)를 채우기 위한 보궐선거 성격으로 치러졌다. 원래 에콰도르 대통령 임기는 4년이다.
대통령 취임 날짜도 미정이다. 1차 투표 당시 해외선거구 전자투표 파행 사태로 재투표를 치르게 되면서, 관련 절차 진행상의 이유로 신정부 출범일은 애초 11월에서 12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방송 '에콰도르 TV'는 보도했다.
반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현재 에콰도르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외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하게 할 만큼 폭증한 강력 범죄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찾지 못하는 경제난 등에 집중돼 있다.
특히 교도소 폭동과 도심 한복판 납치·살해 등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폭력 사태에 대한 사회 불안은 지난 8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비야비센시오 피살로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노보아 당선인 역시 각종 유세에서 폭력 척결을 '0순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27%에 달할 정도(유니세프 통계)로 빈곤층이 확산하는 점도 새 정부엔 커다란 숙제다.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 발전도 에콰도르 새 정부엔 도전이다.
에콰도르의 빈곤율은 30%에 육박하며, 인구 20% 이상이 실직 상태이거나 비정규직 업무를 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친기업 성향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 노보아 당선인은 현 라소 정부와 비슷한 기조로 시장 개방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외국기업 유치를 통한 국내 산업 활성화를 내세운 바 있다.
최근 협상 타결을 공표한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비준 절차에도 큰 장애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공식 체결한 에콰도르는 전통의 우방으로 꼽는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과의 교역도 지속해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에콰도르는 2000년부터 달러를 공식 화폐로 사용할 만큼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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