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착민·군 충돌로 팔 주민 지난주 56명 죽고 1천명 넘게 다쳐
네타냐후 집권 후 이스라엘 정착민과 충돌 늘어…"팔 주민 분노 뚜렷해"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이어지면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다스리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이스라엘 정착민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 시간)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이 1천명 넘게 사망하자 요르단강 서안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보복 공격을 저지르고,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시위대 간에 충돌이 격화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한 주 서안 및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56명이 이스라엘 군·정착민과의 충돌로 사망했다고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이 밝혔다.
부상자는 서안에서만 1천100명이 넘게 발생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서안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 수는 2005년 이후 최대치다.
전쟁 이후 이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적대적 행위는 극에 달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하마스 공격 직후인 지난주 초 나블루스 인근의 한 마을에서 세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다음 날 열린 희생자들의 장례식에서도 공격을 벌여 2명이 더 사망했으며, 지난 13일에는 서안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16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인권 단체 비티셀렘(B'Tselem)은 최근 이스라엘 정착민과 군인이 서안 헤브론 근처 마을 투와니에서 비무장 상태인 한 남자를 근거리에서 사격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내용을 묻는 말에 이스라엘 군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시위 등으로 맞불을 놓으며 이스라엘 군대와 충돌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공습을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피해가 커질수록 이스라엘을 향한 이 지역 주민들의 적개심도 커지고 있다.
서안의 행정 중심지인 라말라 등 서안 전역에서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위가 퍼지고 있다.
라말라에서 활동하는 정치 분석가 야라 하와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슬픔과 분노는 손으로 만져질 정도"라며 "가자지구와 서안은 별개의 독립체들이 아니다. (물리적으로는) 나뉘어있지만, 사회·문화적으로는 하나에 속해있다"고 말했다.
서안 전체에 퍼져 있는 반이스라엘 정서는 올해 초부터 이 지역에서 이어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지속도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은 올해 초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등에서 테러 공격이 여러 차례 이어지자 서안에서 군사 작전을 늘렸다.
이스라엘 국내 안전부는 올해 8월까지 이스라엘인 35명이 테러 공격으로 사망했으며 이 중 26명은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극우와 손을 잡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연립 내각은 집권 후 서안에 자국 정착민들을 더 많이 보내는 등 자국 통치권을 확장하려고 시도해왔다.
서안에 자리 잡은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자기방어'라고 주장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향한 공격 행위를 일삼는 등 이 지역의 긴장감은 전쟁 이전부터 고조되어 왔다.
UN에 따르면 지난 2년 사이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한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은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2월에는 이스라엘 군이 서안 나블루스 도심 지역에서 벌인 총격전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1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군은 해당 공격이 테러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서안의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들도 이라크와 시리아 등으로부터 공수한 불법 무기들을 몰래 비축하는 등 무력 충돌의 조짐이 짙어져 왔다.
이는 팔레스타인인 사이에서 평화적 노선을 추구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하마스와 같은 무장 세력들의 세력 다툼이 커지고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서안에서도 하마스와 연루된 팔레스타인인 무장 세력들의 반격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에 따르면 하마스 공격 이후 서안 전역에서 10건의 테러리스트 공격이 적발되었으며 330명 이상이 급습 공격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체포된 이들 중 190여 명이 하마스의 조직원으로 추정된다고 이스라엘 군은 밝혔다.
이스라엘 군은 서안으로 향하는 길목들을 폐쇄하고 검문소와 방어벽을 설치해 남북을 오가는 길을 차단하는 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 반이스라엘 시위가 격화됐던 대표적인 '화약고' 도시인 후와라 등은 이스라엘인만 출입할 수 있도록 봉쇄됐다.
텔아비브 대학의 팔레스타인 문제 전문가 마이클 밀슈타인은 "서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우려스럽다"며 "문제는 서안 지역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저항을) 단념할 것인지, 혹은 그들의 연대를 보여주려고 할 것인지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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